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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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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제국..자본주의 다큐를 보고 떠들어보기

Ebs 자본주의 5부작, 돈 권력 월스트리트 3부작, 최후의 제국 3편 돈과 꽃까지. 우연히 자본주의를 다룬 다큐 3개를 봤다. 나름의 생각들. 

1. 미국 경제 몰락의 모든 시작은 인간의 욕망 때문이었다는 것. 은행 금고 너머 보이지 않는 재화를 가지고 돈놀이를 시작했고, 정부나 기업가나 은행이 이를 용인했다는 것. 그리고 이 사건의 범인들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는 것. 

2. 자본주의 체제가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 경쟁자이자 상호보완재였던 사회주의가 죽은 후, 시장이 모든 걸 조율할 것이란 신자유주의 신이 사라진 지금, 새로운 모델을 찾고 싶은데 그동안 해온 짓거리를 정리할 수가 없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것. 그나마 대안으로 존재했던 유럽식 수정 자본주의는 다른 방식으로 썩어가고 있다는 것. 그래도 미국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는 것. 

3. 미국이 곧 망한다해도 놀랄 게 없다는 것.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이 병을 못고치는 게 그 사람의 자유라고 말하는 정치인들이 박수를 받는 게 현실. 미국 전체 93%수익이 단 1%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현실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나라라는 것. 

4. 부동산 버블. 단지 숫자로 존재하는 시장의 성장과 몰락의 최정상에 부동산이 존재한다는 것. 중산층이 몰락하고, 미국 경기 불황이 길어지는 이유가 부동산 때문이라는 것. 도미노가 쓰러지는 걸 좀처럼 막기 힘들다는 것.


다시 블로그 시작

1년 만에 다시 블로그 손글쓰기 시작. 아직 이 블로그가 살아있는 게 신기할 뿐.
아마 대부분 영화 이야기나 IT - Web 이야기가 될 것으로 기대.


오랜만에

오랜만에 전 회사 동료를 만났습니다. 2년 반이란 시간이 지났으니 꽤나 오랜만입니다. 그런데도 서먹하지 않았습니다. 지난주에 휴가를 다녀온 것처럼 그저 오랜만에 만난 사람 같았습니다.

2년 반이 지난 사람을 만나니 내가 2년 반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가 보였습니다. 2년 반 후에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가 보였습니다. 이 블로그를 찾아와 보고 싶었습니다. 많은 것들은 변합니다. 그리고 나도 변합니다. 2년 반 동안 참 많이 변했습니다. 내가 변했습니다.

씁쓸했습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나를 어느 순간 '잘난' 사람으로 볼 때 씁쓸했습니다. 그리고 우스웠습니다. 죄책감이었나 봅니다.

내 과거를 다시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어느 순간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않았습니다.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4시간 만에 3천만원 모인 노전대통령 추모 광고비


노전대통령 추모 신문광고비를 모읍시다

노 전 대통령 추모 광고비 3천만원이 4시간 만에 다 모였다. 아고라 내 모금서명에서 모금청원으로 바뀐 시간이 오후 3시 10분경. 모금청원으로 바뀌자마자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액수 단위가 1십만원 단위가 바뀌었다. 이게 웬일인가. 

셈으로 계산하니 1분당 1십 만원씩이다. 저녁 시간이 되면 느려질 줄 알았는데 정반대였다. Y축은 계속 계속 하늘을 찔렀다.

저녁 7시 16분경. 3천만원이 모두 모였다.

좋은 반응이 있을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단시간에 모금액을 달성할 줄은 정말 몰랐다.
기록이다.

참여하신 네티즌 여러분께 감사를.

마지막으로 오늘 날 감탄하게 한 글 하나를 소개한다. 어떻게 이렇게 글을 썼을까. 그저 감탄할 따름.

오래전 일화, 그리고 '그 사람'의 이야기

5월 27일 오후 3시 50분. 2백만원 돌파
5월 27일 오후 5시 50분. 1천 5백만원 돌파
5월 27일 오후 6시 30분. 2천 5백만원 돌파
5월 27일 오후 7시 16분 3천만원 목표액 달성


盧 전대통령에 관한 꼬끝 찡한 사연들

토요일 노 전태통령 서거 이후 아고라에는 엄청나게 많은 글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쏟아진다'란 표현이 참 적절합니다. 한 페이지(글 20개)를 가득 채우는 데에 3, 4분밖에 걸리지 않으니까요. 이 정도가 되면 전체 글을 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지요.

아고라엔 토요일부터 노 전대통령에 관한 수많은 사연이 가득합니다. 전부 다 하이라이트 시키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네요. 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저를 울린, 꼬끝 찡하게 한 몇 가지 사연과 그 외에 이야기들을 링크합니다. (계속 업데이트 중..)

아버지 유언 '담배 하나만 피우자'
다음 대통령을 위해 이런 배려까지 하셨는데..


보수언론들은 노전대통령 재임 중에 그를 깎아내리기 바빴었죠. 그네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 참 궁금합니다. 몇몇 기자들은 아고라에 글을 쓰기도 했답니다.

염치없는 한 기자가 용서를 빕니다
盧대통령에 대한 지방신문기자의 기억
지방PD로 만났던 盧전대통령


전국에서, 전 세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가 차려졌습니다. 사진과 소식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일본 동경 분향소 모습
효원의 도시 수원 분향소 모습입니다
미주지역 노무현 대통령 분향소입니다..널리 알려주세요

이 분은 외국 언론이 잘못된 팩트를 전달할까봐 직접 투고를 하셨네요.

독자투고로 영국 BBC에 보낸 메일


어제 즐보드에 올랐던 사진입니다. 얼마 전까진 재미있는 사진인데요. 이젠 그게 아니네요. 이분이 다신 제목처럼 말이죠..

눈물이 날 사진이 아닌데 도대체 왜
외국인 동료로부터 받은 노무현 대통령 사진


한 중국 네티즌이 노 전대통령 서거 뉴스를 접하고 이런 댓글을 남겼다고 하네요.

-- 有的人活着,他已经死了;有的人死了,他还活着!
-- 어떤 사람은 살고 있지만 죽은 사람과 별다름 없고  어떤 사람은 죽었지만 아직 살아 있다!

(추후 업데이트 계속)

'스타트렉' 이런 걸 두 마리 토끼 다 잡았다고 하지 맘대로 씨네마

그래. 이 정도는 만들어야 블록버스터지. 아니 올해 2009년에 본 블록버스터 가운데 최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도 남는다. 명절 때 <스타트렉> 극장판은 대충 보고 예전 MBC에서 방영한 <스타트렉 넥스트 제너레이션>은 꼼꼼히 봤던 나로선 대만족이다. 그러니까 아무런 사전 지식이 별로 없어도 충분히 즐길만하다. 나같이 엷은 사전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200% 만족할 수 있다.

감탄하고 땅을 치며 쾌재를 불렀던 점은 '프리퀄'이 '프리퀄'이 아니라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우주, 평행 우주라는 이론 속에 완전히 녹아든 전혀 새로운 스타트렉인 것. 하지만 이 영화는 프리퀄이다. 그것도 아주 멋진 프리퀄. 무슨 소리냐고? 궁금하면 영화 보시라.

또 하나 감탄 한 것은 우주라는 공간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이 영화가 하고 있다는 것. 블랙홀, 워프 등 스타트렉은 그 동안 과학과 물리학에 영감을 준 작품이라고 한다. 영화는 곳곳에서 마치 이를 확인받으려 하는 듯하다. 모든 우주 속 장면들은 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듯. 그것도 꽤 여러 곳에서 아주 세심하게. 한 장면, 특히 우주에서 자유낙하는 순간, 갑자기 모든 소리들이 사라지고 대기권 안에 들어가야 바람 소리만이 들려올  때.. 솔직히 '감탄' 그 자체다. 난 그랬다. 순간 '아 우주는 공기가 없지, 소리도 없지, 그런 곳이지'라는 진리 아닌 진리를 되새겼다.

중세 판타지와 SF 상상력이 결합된 '스타워즈'와 차이는 이것이 아닐까. 스타워즈가 중세적 배경을 차용해 부자관계와 주종관계와 SF 상상력을 버무렸다면 스타트렉은 철저하게 지금 살고 있는 정치, 사회를 풍자하고 근거 있는 과학적 상상력을 이용해 액션 장면을 구상한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은 이 시리즈가 참 미국적인 영화였음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미국의 기본 정신에 참 충실하단 말이다. 주조종실 내부는 당연 다인종 국가인 미국사회(1등 항해사는 외계인 - 정확하게 말하면 혼혈인, 동양인, 흑인, 백인, 러시아인까지..)이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논쟁과 다툼은 당연 미국 사회 속 갈등을 뜻한다. 원칙과 법칙이 최우선인 미국인들의 성향은 주조종실 사람들의 논리 싸움, 법리 논쟁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오버랩 된다. 미국개척정신, 즉 새로움에 대한 진취적 의식은 클로징 장면이 새로운 곳으로 항해를 떠나는 나레이션으로 설명된다.

집안의 대를 잇는 가부장적 사회 모습과 아버지에서 아버지를 잇는 가치관의 전달 또한 미국적이다. 올드 '스탁'가 제시하는 "네가 함장이 되어야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라는 말은 꼭 미 기독교적 세계관의 하나인 칼빙 '미래예정론'이 조금 묻어난다(아니면 말고..).

재미있는 건 이 영화 또한 <박쥐>처럼 굉장히 많은 텍스트들이 많이 있다는 점이다. 우주평행론, 예정론, 미래와 과거가 조우할 때 일어나는 시간 뒤틀림. 하나 보자.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 여행을 다룬 영화들이 시간 개념을 두루뭉술하게 넘어갔었던 사실이다.

터미네이터는 미래와 현재가 결합될 때 미래와 현재의 변화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하지 않았고, 백투더퓨처는 우주평행론과 과거 - 현재의 직접 연결 속에서 그저 방황했다(그래서 고작 만든 해결책이 미래에서 온 인간은 시간이 차면 그냥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는 것). 스타트렉은 달랐다. 그래서 또 신선했다.

되레 '스타트렉'은 왜 시간이 뒤틀렸고 미래가 바뀌어야만 하고, 당신이 왜 더 새로운 행동을 해야만 하는가를 열심히 설명한다. 그것도 꽤나 명쾌하게. 비겁하게 '이건 이러니 이렇게 됐겠네'라고 관객이 앞뒤를 억지로 맞추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명쾌해져 버리니 자꾸 기대를 하게 된다. J.J. 에이브람스를 인기 감독으로 만든 '로스트'의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로스트' 속 수많은 떡밥들을 어떻게 설명해 낼지. 솔직히 많이 기대된다. 영화를 보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J.J. 에이브람스는 굉장한 이야기꾼이라는 걸. 음. 그래 맞다. 나 J.J. 에이브람스 빠돌이다.


ps. TV 시리즈를 열심히 봤다면 많은 설정과 장면들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었을 것 같다. 뭐가 연결시키는 장면인지는 이해가 되는데 자세히는 모르겠더라. 안타까웠다. 그냥 올드 '스팍'이 나올 때 우와~ 감탄 한 번 크게 했다.

ps. http://hypervandervilt.tistory.com/35
영화 보고 스타트렉과 우주에 관한 지적 호기심을 느꼈다면 이 포스트를 참조하시길


'박쥐' 왜 성기 노출 장면이 필요할 수 밖에 없었나

다른 건 몰라도 이건 확실한 것 같다. 지금 박찬욱은 가장 논쟁적인 영화를 들고 나왔다. 난 '디워' 이후로 이렇게 영화평이 극단으로 나뉜다는 이야기를 오랜만에 들었다. ‘극단적인 평가’. 영화 개봉 일주일 만에 '박쥐'를 설명할 가장 적절한 문장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박찬욱 영화가 JSA를 제외하고 대중적이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복수 3부작과 '싸이보그는 괜찮아'까지. 박찬욱은 대중적인 화법을 구사한 작품을 내놓은 적이 거의 없다. 흔히 박찬욱을 유명감독, 인기감독의 반열에 올린 '올드보이' 또한 빠른 전개와 대중적인 호흡법(장도리 액션, 빠른 편집, 악당-선 대결 등)을 가지고 만든 작품일 뿐이었다. 후반부에 나오는 진짜 진실 이야기는 앞선 대중적 관점에선 최악인 줄거리이다.

또 다른 생각도 든다. 박찬욱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천재 감독 봉준호의 차이는 단순히 표현방식의 차이일 뿐인 건 아닐까. 이를테면 이렇다. 똑같이 '죄의식'이란 담론을 다루는데 봉준호는 몽화적인 내면 의식을 재치있게 보여준다. '괴물'에서 괴물에게 잡혀간 딸이 갑자기 매점에 나와 라면을 함께 먹는 장면이나, '살인의 추억' 마지막에 형사 일을 그만둔 형사가 화면을 똑바로 응시하는 형사의 표정 등등... 


박찬욱은 어떨까. 박찬욱은 죄를 지었으면 내가 죄를 지은 대상이 내 바로 옆 침대에 나타나는 식이다. 돌려 말하지 않는다. 내면을 비추지도 않는다. 그저 내 눈앞에 보이고 만져지고 느껴진다. 죽였으면 그 죽은 자가 나타난다. 오감이 가진 가장 직설적이고 직접적인 자극과 현상 그 자체를 화면에 표현해 낸다. 우리가 박찬욱 영화에서 불편했던 것은 그 표현방식이 아니었을까.

박쥐에서 재미있는 건 상현과 태주 둘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보완적인 관계라고 할까. 상현이 누리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 대착점이라고 할까. 욕망과 신을 믿는 사제 사이를 갈등하는 상현. 그 대착점에서 온전히 욕망을 따르는 태주는 또 다른 상현의 모습은 아닐까.

또 '성기노출'과 김옥빈 노출만으로 '박쥐'를 마케팅하는 건 좀 비겁하다. 영화사나 제작자의 홍보전략 입김이 들어간 건 몰라도 그 외에 생각해 볼만한, 생각할 수 있는 꺼리들이 너무도 많다. 영화 속 상징들(죄의식, 구원이라 부르는 종교적 가치와 인간 본능의 대결, 개인 욕망과 공공 선의 갈등)과 언어들을 파헤쳐보기에 너무도 많은 풍성한 텍스들이 숨어있다. 어떻게 해석을 해도 가지치기가 가능한 장면들이 수두룩하다. 

성기노출에 대해 한마디 더. 온갖 송강호의 성기노출에 관심이 많다. 솔직히 좀 짜치다. 길면 2초 3초간 나온 송강호의 거시기 출현은 자살 순교를 결심한 상현의 심리를 그대로 대변하는 장면이다. 혹시 아무 힘없는 성기를 바지춤으로 가리고 투벅투벅 걷는 장면 마지막에 슬쩍 웃음기를 머금은 상현의 모습을 봤는가.

좀 더 이해를 위해선 3번의 경리병원 장면을 봐야 한다. 첫 번째는 흡혈 능력을 얻은 상현이 붕대를 감고 나오는 장면. 병원 환자 부모들은 바이러스를 이기고 퇴원하는 상현을 붙잡고 늘어진다. "날 구원해 주세요" 라며(슬쩍 황우석이 오버랩되는 건 내 오버된 망상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팔을 뿌리치며 겨우 차를 타고 도망치는 상현. "난 당신들을 구원할 능력이 없어요"라고 말하듯이.

두 번째 장면. 적당히 뱀파이어 능력을 얻은 상현은 갑자기 격리병원 앞마당을 찾는다. 사람들은 구원해 달라며 모이고, 갑자기 상현은 '폴짝' 하늘로 점프해 버린다.(앞을 보게 피 나눠달라는 선배 사제를 죽인 이후 상황) 이상했다. 다른 곳에선 절대 흡혈귀의 능력을 보이지 않던 그가 병원 앞 사람들 앞에선 거리낌 없이 하늘로 점프는 왜...

그리고 마지막 성기 노출 장면. 널부러져 모든 사람에게 성기를 보이고 뚜벅뚜벅 걸어간다. 날아오는 돌들. 슬며시 미소를 짓는 상현. 무엇을 의미할까. 난 이렇게 이해했다. 이것은 신성의 영역을 바라보는 인간들에 대한 직접적이고 확실한 절망을 표현하는 방법일 뿐이라고. 

신성의 영역을 바라는 사람들에 대한 배신과 사제와 뱀파이어 사이의 갈등을 벌였던 자신에 대한 자학적 표현방식 일 뿐이라고. 그래서 좀 거북하지만 힘없는 성기를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서 상현의 마지막 순교, 죽음의 길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다. 

박쥐의 또 다른 대단함은 '공포' 묘사의 탁월함이다. 쓸데없이 뒤에서 슬며시 나타나 갑자기 사람 놀라게 하는, 싸구려 공포가 아니다. 이를 테면 이런 것, 옥빈이 남편 하균의 입에 대고 칼날을 들었다가 놨다를 반복한다. 카메라는 처음엔 옥빈의 손목 움직임과 똑같이 흔들린다. 

두어번 흔들리더니 하균의 얼굴에 시선을 멈춘다. 입에는 계속 칼날이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3센티, 5센티만 더 들어가 힘을 주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순간. 바로 뒷화면이 어떻게 변화될지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 나는 무척이나 무서웠다.

이 고단수 공포 속에서 간간히 사람을 웃겨버리는 힘은 또 뭘까. 그래 솔직히 이 영화. 뭐라 설명이 딱히 힘들다. 그게 박쥐다. 아니 그게 박찬욱표 영화다. 말도 안되는 상황 속에서 웃게 만드는 힘. 역설과 현실 속, 심각한 장면 속을 단 한 번에 뒤틀어버리는 대사들. "락앤락에 담아서 먹어야 돼", "자 오늘 시마이~", "언젠 귀엽다며, 시팔년아"

아무튼 다른 건 몰라도 지금까지 봤던 영화들 중에서 '영화적 체험'의 극단을 갔다 온 건 확실하다. 심장이 벌렁벌렁, 쿵쾅쿵쾅 뛰는 소리를 영화를 보면서 오랜만에 느꼈으니. 난 이 이유만으로도 박쥐는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ps. 카톨릭에서 왜 이 영화에 대해 코멘트를 하지 않을까. 문제가 되는 장면 무척이나 많은데.. 앞 좀 보게 피를 나눠달라는 선배사제와 상현의 대사가 특히 그렇다. 그냥 덧붙여 말하면 피 나눠달라는 선배 사제를 죽였을 때 상현은 피를 도덕적으로 먹어보려하는 노력들(병원 바닥에 누워 비를 빠는 장면)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다. 그의 개인적 파멸이 이 때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도 있겠다.

ps. 박쥐의 강렬함을 다시금 느끼고 싶다면, ‘복수는 나의 것’을 꼭 보시길 바란다. 죄악 - 선 - 악의 뒤틀림은 물론, 송강호가 이토록 무서우면서도 건조한 표정의 미묘한 얼굴을 가진 섬뜩한 배우임을 알 수 있다.

마지막 ps. 김옥빈이 이런 배우인 줄 몰랐다. '팜므 파탈'이란 단어를 온전히 설명해 낸다. "자살한 사람피나 빨아먹는주제에.." 라고 말할 땐 소름이 쫙.. 나쁜 건 아는 데 거부할 수가 없는. 그런 오묘한 느낌. 아무튼 대단하다.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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