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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전에 써놓고서 올린다고 하고선 이메일속에 숨어 있었다. 꺼내 읽어보니 같은 영화 리뷰 여기저기에서 짜집기 한듯 배껴쓴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제 리뷰도 속보전이 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똑같이만 바라보고 있는 내 관점에 문제인걸까.
전근대와 근대가 공존하는 시간. 육지가 아닌 섬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은 조선사회가 근대로 변하고 있음을 알리는 일종의 서막이다. 그것은 살인사건의 원인이 근대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인 ‘신분제의 변화’와 ‘종교의 자유’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혈의 누’는 살인사건과 원한이라는 모티브를 우리 역사 속에 접목시킨다. 영화 속 천주쟁이를 학대한 역사와, 지주권을 둘러싼 상인과 양반의 갈등은 우리의 역사 속에 살아있던 것이며 이 속에 추리적인 요소는 현대적인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데에 큰 공헌을 한다. 근대적 갈등과 살인 사건을 아우르는 기본은 인간의 이기심이다. 그 이기심의 중심은 자본과 자신의 안일이며, 반대로 양심을 지켜간 이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간다. 강객주의 죽음에 심한 죄책감을 느낀 이는 벽에 머리를 박았고, 한 여인의 목숨을 지키려 했던 이는 살인자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역사는 늘 혼란기 때에 옳은 말을 하는 자들을 권력의 힘으로 땅에 묻어왔다. 원규(차승원)는 근대에 가까운 인물이다. 원규는 첫 살해현장에서 근대의 과학(안경, 시체부검으로 인한 독살원인)으로 살인사건을 해결하려 하고 일종의 성과도 거둔다. 하지만 섬의 질서는 과학과는 거리가 먼 전근대(귀신, 원한, 빙의, 무당)의 질서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곧 알게 되고 혼란을 겪는다. 근대에 질서를 섬에 적용하려는 원규는 사람들과, 사건,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와 연관된 사건 속에서 양심의 질서를 지키려 한다. 인간의 이기심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고립된 공간 ‘섬’보다 더 좋은 공간은 없다. 섬은 때때로 주제를 함축적으로 극대화하거나 인물들의 정체성을 하나로 묶어주는 데에 탁월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마파도>에서 섬은 할머니들을 한국적 어머니정서와 원시성(낫, 곡괭이와 외부인과의 결투)으로 표현한다. 마파도는 우리의 고향이 된다. ‘혈의 누’에서 섬은 한국적 역사 모순을 한곳에 모아놓은 갈등의 한 폭판이다. 섬이란 공간의 함축성은 그대로 시대변화의 대세와 과거질서를 지키려는 전통성이 맞닿아 있다. 이는 영화 초반 무당이 살풀이로 귀신이 씌인 것과 배에 불이 나는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배와 종이, 도구들로 나타나는 근대성과 무당의 살풀이라는 전통성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것이다. 이것은 또 망원경, 안경, 총과 같은 근대적인 도구들과 무당, 양반, 원한과 같은 전통성의 대비와도 같다. ![]() 하지만 영화는 곳곳에서 불필요한 잔혹함으로 이를 극대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원한의 공간임을 표현하는 데에 닭의 피와 잔혹한 살해장면은 사실성을 표현하기는 했지만, 정서적인 거리감도 함께 느끼게 한다. 또 ‘혈의 누(핏비)’ 장면은 과욕으로까지 느껴질 정도로 인간의 이기심을 극단적으로 나타낸다. 우리 역사가 가졌던 과욕에 대해 심판하듯이 말이다. 혼란의 시대는 그 시대를 읽는 이들에게 이롭게 작용한다. 일제 시대 순사가 광복 후 가장 올바른 강력계 형사로 자리잡고 있으며 한 도시를 학살의 도시로 만든 자가 여전히 고위층에서 호위호식하고 있다. 그래서 혈의 누(핏비)가 비현실적으로 보였고 과욕의 선을 넘어선 것이라는 결론에 자연히 도달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혈의 누(핏비) 때문에 자신을 스스로 단죄하는 이들을 우리는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핏비가 아닌 오물비가 내린 들 꿈쩍이나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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