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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우주전쟁> 자기 복제의 한계를 드러내다 맘대로 씨네마

스필버그는 이야기꾼이다. 갖가지 재료를 가지고 자신만의 이야기로 재단할 줄 아는 능력이 있으며, 아무리 복잡한 사건들도 단순하게 마무리하는 탁월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종종 스필버그에게 비판의 잣대를 대는 것은 그가 가지는 순전한 가족주의에 대해 비판이다. 스필버그식 가족주의는 영화적인 사실보다는 미화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그 외에 다른 이야기 거리들이 묻혀 버리는 단점을 지닌다.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이 될 뻔했던 A.I는 스필버그의 손을 거치면서 스탠리 큐브릭이 그렸던 미래사회를 상당부분 훼손했다고 평가 받았다. 이는 큐브릭이 만들고자 했던 원작을 대폭 수정하면서, 기계와 가족이라는 결합하기 쉽지 않은 구조의 모순을 꼬집기 보다는 가족 안으로 들어가려는 기계인간의 모습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었다.

국제적 분쟁과 나라를 잃은 설움, 타국에서 겪는 외로움을 보여주기 보다는 공항직원들을 가족으로 만들어 버리고(터미널), 유전자를 이용한 자본의 논리에 대한 비판보다는 쫓고 쫓기는 스릴을 통해 아들과 딸을 가진 4인 가족이 형성된다(쥬라기 공원). 이렇게 스필버그는 초반부에 수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영화를 출발시키지만 결국 다다르는 지점에는 늘 가족이라는 지점으로 귀환한다. 이것은 스필버그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자 한계다.

우주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외계인의 침략, 그리고 혼란한 때에 갈등하는 인간들과 이기심, 그리고 그것들이 몰고 오는 파멸들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외계인의 침략을 목격한 레이는 두 아이를 이혼한 부인에게 데리고 가야한다는 목적이 있을 뿐이다. 두 아이와 아버지는 끊임없이 이혼한 부인이 있는 보스턴에 가고 싶어 한다.

레이가 노동자인 것과 불완전한 인격을 가진 소유자라는 점에서 스필버그의 여타 영화와 다르게 보여 질 수 있지만 결국에는 딸을 향한 부성애가 재확인된다는 것과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살아있다는 점은 이 영화가 그의 가족주의 안에 들어와 있는 것임을 말해준다.

전작들과의 연관성

<우주전쟁>은 트라이포트와 나레이션을 도입함으로서 H.G 월즈에 대한 애정이 얼마 만큼인지 알 수 있다. 원작의 한부분을 그대로 옮겨왔음에도 <우주전쟁>이 스필버그식 영화 구조안에 있는 영화임을 보여주는 것은 그의 전작들과 유사점들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발견됨으로 인해 <우주전쟁>이 스필버그의 여타 다른 영화들 사이에서 그 선두를 지키기 보다는 자기 복제의 한계안에 머물러 있다.

<우주전쟁>에서 거대한 존재로부터 공격을 받고 아무런 힘없이 당하는 인간들의 모습과 소리만으로 공포를 조성하는 장치는 <죠스>가 보여준 심연의 공포에 가깝고, 옆 사람이 산화한 재를 뒤집어쓰면서 도망치는 레이의 모습만을 담는 카메라는 <라이언일병구하기>의 사실적인 전쟁장면과 닮아 있다.

무엇보다 <우주전쟁>은 그의 전작 <쥬라기 공원>과 닮은 점은 구조적인 면이다. 대적할 수 없는 존재와 벌이는 무차별적인 살육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인 점, 공포를 이끌어가는 중심이 적에게 발각당하는 시각적인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양상이 그렇다. 결말도 공룡을 그대로 방치해 둔 것과, 다시 레이에게는 이혼남이라는 사실이 재확인되는 것은 근원적인 해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측면에서 상통한다.

또 스케일을 확대했다가 점진적으로 좁게 만드는 구조가 비슷하다. 두 영화는 공포의 심도를 넓고 깊게 파헤쳐놓고 후반부에는 좁은 공간을 통해 공포와 인간의 한계점 사이에서 긴장을 선사한다. <쥬라기 공원>에서 대표적인 육식공룡인 티라노 사우루스가 등장하는 초반 스펙터클은 <우주전쟁>의 트라이포트가 무차별적으로 도시를 공격하는 장면은 비슷하다.

안전한 줄 알았던 공원이 공포의 진원지로 변했고, 가장 안전한 집 주변은 외계인의 광선에 공격당해 한줌 재가 되어 버렸다. 식당에서 렙터의 눈을 피하며 숨바꼭질을 했던 장면은 그대로 <우주전쟁>에서 긴 낙지발로 지하실을 수색하는 장면과 같다.

<우주전쟁>이 <쥬라기 공원>의 구조적으로 닮아 있음에도 큰 위기감이 상실되거나 이야기구조에서 매력이 줄어드는 것은 반복되는 공포에 대해 공간적인 장치에 대한 고려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영리하게도 <쥬라기 공원>은 단순하게 공룡에게 쫓기는 상황이 관객에게 긴장감을 주는 가장 키포인트라고 인식하면서 갖가지 볼거리와 상황전개를 시켜나간다. 티라노와 렙터 등 다양한 공룡을 등장시키고 ‘공원밖’이라는 확장된 영역 안에 있는 인물과 ‘조종실안’ 이라는 제한된 영역내의 공포를 조화롭게 이루어 냈다.

하지만 우주전쟁의 긴박함은 단순히 반복적인 수준에 머문다. 초반 지붕이 날아가는 외계인의 공격에 긴장감이 형성되다가 후반부에 급격하게 긴장감이 떨어지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계속되는 외계인의 공격에 쫓기는 장면이 전부이며 그 안에 있는 갈등은 오직 내 아들과 딸이 내 손 닿는 곳에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뿐이다. 오직 한 가족에 대한 포커스는 갈등의 영역이 좁아 졌을 뿐만 아니라 외계인은 객체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을 주입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레이가 처음으로 반격한 외계비행선의 폭발에도 큰 감흥이 없어진다.

공간은 옮겨가는 데에도 재난이 주는 공포와 공간의 조화는 그리 튼실하지 못하다. 후반에 등장하는 오두막집이라는 공간이 전쟁광이 된 농부와의 갈등을 통해 혼란한 시기에 변모하는 인간상을 표현할 수 있음에도 단순히 외계인 발가락과 숨바꼭질하는 차원으로 머물고 만다.

<우주전쟁>은 화려한 볼거리와 캐스팅으로 가득 채워졌음에도 서사구조적인 면에서 많은 허점이 발생한다. 스필버그의 가족주의와 제한된 영역안에서 풀어나가는 공포를 조정하는 부분에서 많은 허점을 드러낸다. 결국 <우주전쟁>은 전작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스필버그식 가족주의와 H.G 웰즈의 세계관이 비정상적으로 결합한 영화가 되어 버렸다.

덧글

  • 2005/07/12 02:1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NtoF 2005/07/12 04:27 #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요즘 스필버그의 가족주의는 장점보다는 한계점만 자꾸 노출하는 것 같아 아쉬워요. 살짝 트랙백 걸어두고 갑니다. :)
  • reme19 2005/07/12 06:29 #

    진정한 가족주의는 가족구성원의 고정된 역할 찾기에만 있는 것이 아닐 텐데요.
    전 이 영화는 안 볼 예정입니다.^^ 쥬라기 공원같은 긴장감도 없다면야..
  • 박건일 2005/07/12 09:47 #

    놀라운 기술적 완성도를 제외하곤 확실히 맥 빠지는 구석이 많은 영화임은 맞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전 이 영화가 너무너무 좋지만요. 글 잘 읽었습니다! ^-^
  • 창훈 2005/07/12 09:49 # 삭제

    영화평 잘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사람들마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다 다르더군요. 역시 스필버그라는 분도 있고, 예전의 스필버그가 아니라는 분들도 있고 ,,, 전 아직 못봐서 ,,,
    시간되면 한번 보고 ,,, 평도 한번 써봐야 겠네요 ^.^
  • 열린세계 2005/07/12 11:03 #

    스필버그는 뭔가 주제를 담기보다는 그냥 보고 흘릴 수 있는 내용의 영화를 만드는 게 더 어울려요. ^^
  • 푸르미 2005/07/12 13:04 #

    ozzyz / 이구... 맘 고생이 심하겠구랴. 모 그냥 워낙 인기있어서리 생각해 ㅎㅎ

    NtoF / 감사합니당 재밌게 읽으셨단말이 젤 좋네요. 네 그 한계점이 이젠 너무 도드라져 보이네요.
  • 푸르미 2005/07/12 13:06 #

    reme19 / 그죠. 꼭 그렇게 가드라구요. ㅎㅎ 안 볼 예정이시라니 이거 보고 괜한 선입견이 생기신 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박건일 / 박건일님이 말씀해 주신 부분은 좋았던 것 같습니다.
  • 푸르미 2005/07/12 13:08 #

    창훈 / 네 기대할께요. 자주자주 들려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창훈님 사진이랑 음식들은 정말 군침돌아요. 주의사항은 밥먹기전에 보면 안된다는 것 ㅋ

    열린세계 / 공감합니다. 그에게 뭔가 주제의식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좀 모순일 거 같네요
  • 첫비행 2005/07/13 00:02 #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만, 어머니가 워낙 보고 싶어 하셔서, 이번 주말에는 보게 될 듯 싶습니다. 그닥 기대는 되지 않는군요.ㅡㅡ;
  • 푸르미 2005/07/13 00:24 #

    첫비행 / 와 어머니와 영화구경이라... 전 그래본적이 언제였는지... 재밌게 보세요 ^^
  • FAZZ 2005/09/18 11:58 #

    영화 마지막에 스필버그의 가족주의를 나타낸것이라고 보기에 좀 그렇지 않을까요? 저도 처음에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더 깊이 보면 가족주의가 아닌 거 같아서 말이지요. 그건 바로 이혼 당한 톰 크루주가 그 가족 구성원에 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만약 새 남편이 외계인의 습격을 받아 죽은 것으로 처리되었다면 톰의 옛 아내는 제멋대로이고 가족은 신경 안 쓰는 무신경한 남편의 새 면모를 보게 되었을 것이고 다시 재결합 모두함께 잘 살자가 되었다면야 가족주의라 볼 수 있겠지만 새남편도 살아있고 모든 가족이 살아있는 와중에 톰 크루즈가 낄 자리는 아무리 봐도 없으니 말이지요.
    어찌보면 가족주의를 표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톰 크루주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잔인한 결말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 푸르미 2005/09/18 23:31 #

    FAZZ / 네. 맞아요.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평론가 허문영씨는 그 마지막 장면을 보고서 외계인침략을 하나의 꿈일 수도 있다는 상상이라고도 풀이된다고 하더군요. 다른곳은 함락되었는데 그 곳은 전혀 피해가 없었고... 그밖에도 재밌는 풀이였는데 잘 기억이 안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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