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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아일랜드> 생명을 유지하는 것 그게 중요해 맘대로 씨네마

인간복제에 대한 논란은 대개 복제한 대상을 사람으로 볼 것이냐, 아니냐로 나뉜다. 스스로 기억하고 생각할 수 있는 자의적인 존재이냐는 문제다. 복제인간, 사이보그, 리플리컨트 등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SF 영화 속 ‘또 다른 인간’에 대한 질문은 수년동안 계속 되어왔다.

<아일랜드>가 그리는 복제인간은 충분히 자존적이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존재이다. 만들 당시 정신연령이 15세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체에 맞는 30살로 정신연령이 변화하고 섹스에 대해서도 곧 눈을 뜨게 된다.

애초부터 영화가 복제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인간복제에 대한 논란 가운데 이미 생명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입장에서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아일랜드>의 배경인 '2019년'은 복제인간의 정체성을 다룬 <블레이드 러너>와 같은 길을 걷겠다는 의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복잡한 논쟁의 중심을 벗어나 한쪽편에서 시작한 영화는 이제 반대시선을 가진 이들과 극적인 대립체제를 유지한다. 복제인간 배양시설인 메릭 바이오테크사를 만든 메릭박사에게 이들은 상품(장기)과 상품을 생산하는 매개체(클론)일 뿐이다. “쇠고기를 먹는다고 모두 소를 만나지 않아.”라는 메릭 박사의 말처럼 복제인간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링컨 일행을 붙잡으라는 말도 “상품을 회수해 오라”는 말로 대신한다. 적자(링컨6-에코와 조던2-델타)와 창조자(메릭 박사)사이에 입장이 다르니 어쩌겠는가. 도망갈 수밖에.
메릭 바이오테크사를 빠져나와 미래도심 속에서 용병들과 벌이는 추적신은 ‘마이클 베이표 영화’임을 자청한다. <진주만>과 <나쁜 녀석들>에서 보여주었던 근접촬영에 이은 폭발과 속도감의 극대화는 <아일랜드>에서도 유효하다. 뮤직비디오 감독을 거쳤다는 것을 보여주듯 속도감과 그래픽으로 치장한 물체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링컨이 언제 운전을 배웠느냐는 건 중요하지 않다. 억지 설정은 스케일의 압도로 매우고 죽어나가는 용병들의 장렬한 폭발 앞에 고개를 숙인다.

재미있는 점은 클론과 클라이언트(주문자), 그리고 이를 관장하는 회사 사이에는 미묘한 권력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 진실에 대한 접근은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클론들은 살아야 하기 때문에 주거지를 탈출하고, 주문자도 살아야 하기 때문에 클론을 배양한다. 그 한 가운데에 회사는 클론들에게 인류 최후의 보루라는 자존감을 키워주고 주문자들에게는 클론들이 식물인간이라고 안심시킨다.

용병대장이 괜찮겠냐고 링컨(이완 맥그리거)에게 묻자 이렇게 말한다. “난 내 생명을 유지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어.” 앞뒤를 따져보면 거짓말로 답하는 것이지만 이는 곧 생존본능에 대한 이해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아마겟돈>과 <나쁜 녀석들1, 2>에서 미국 중심주의를 내세웠던 마이클 베이가 생명존중의 테마인 복제인간을 다룬 건 뜻밖이다. 미국만이 불시착하려는 소행성 땅을 뚫을 수 있고, 미국인을 구출하기 위해 쿠바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그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갑자기 성향을 바꾸었다고 말하긴 이르다.

영화에서 메릭 바이오테크사가 미국 정부와도 연관이 있고 국방성과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암시하지만 영화는 거기에서 멈춘다. 미국 대통령 클론도 존재한다면서 이를 조롱하는 장면도 있지만 그것에 큰 의미는 두지 않는다. ‘딱 거기까지’라고 말하듯이 감독에게 영화 전체 플롯을 움직이고 액션을 만드는 것 외에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클론들을 아일랜드로 보내주겠다며 모아놓고서 나치 수용소를 상기시키는 가스품?비슷한 곳으로 데려가는 장면과 바이오테크사가 나치의 전체주의를 상징한다는 것도 플롯을 이끄는 한 설정에 불과하다.

쫓기자는 자와 쫓는 자 사이가 긴장의 연속이라 그런지 링컨(이완 맥그리거)과 조던(스칼렛 요한슨)은 시종일관 얼굴이 굳어있다. 늘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인물들을 삽입해 온 감독의 전작과는 달리 긴장을 완화시켜 줄 인물이 <아일랜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늘 시끄럽거나 반쯤 정신나간 역할로 좌중을 웃겨주었던 스티브 부세미(<아마겟돈>의 알콜중독 시추자)도 이번에는 꽤 심각하게 등장한다. 그나마 긴장을 풀어주는 인물은 링컨6-에코를 주문한 진짜 링컨정도다.

쫓기는 자에서 이제 심판자로 변화하는 링컨과 조던의 인간미가 반감되어 보이는 건 여유 없이 쫓겨 왔다가 반격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유를 부리기에 인간세상에서 배울 것이 너무 많고 지켜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아서 인가. 아니면 정말 그들이 복제인간이기 때문인가. 혼란이 오는 건 너무 과한 망상일 수도 있으니 그냥 즐기는 것이 속편하겠다.

이글루스 가든 - 내맘대로 영화해석

덧글

  • 좋은하루☆ 2005/07/29 01:37 #

    거대한 미래가 다시 창조되는 기분입니다 -ㅂ-

    복제인간이 인간을 넘어 영웅까지 대려하다니 괴씸죄다?ㅋㅋ
  • reme19 2005/07/29 02:47 #

    할리우드의 장점, 혹은 그 한계에 대한 보고서 같은 영화였어요. 왠지 이완 맥그리거랑 이완 맥그리거랑 만나는 장면에서부터 영화가 점점 맛이 간 것 같기도 하고..
  • 푸르미 2005/07/29 11:58 #

    좋은하루☆ / ㅎㅎ 이미 근접해 있는 미래인거 같아 조금 섬뜩하더군요.

    reme19 / 반가워요. 레미님 ㅎ 맞어요. 둘이 만나는 시점부터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바로전 도시 추격씬은 참 놀랄만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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