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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문장론, 글쓰는 것 떠들어보기

문장론

김규항님 블로그에 들러 그동안 못봤던 글들을 다 봤다. 눈에 띄는 게 있었다. 문장론.
글 써놓고 몇번이고 퇴고한다는 이야기와 간결함과 리듬을 살린다는 이야기. 늘상 찔리는 이오덕 선생님의 '삶을 가꾸는 글쓰기' 이야기까지. 여러가지가 내 모습속으로 투영되는 걸 보면 반성할 구석이 꽤 많은 가 보다. 글쓰는 문장법이나 단어, 문맥 등 따라하고 싶은 표본으로 김규항님과 김성우님의 '돌아가는 배'라는 책을 삼았었다. 아마 김규항님의 'B급 좌파'와 '돌아가는 배'를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것 같다. 대학 3년때.

돌아가는 배를 먼저 읽었는데, 그 당시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문장론은 내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이전까지 어떤 에세이나 소설들은 무언가를 내포하는 은유법과 꾸밈음, 어려운 한자말들이 있어야 한다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돌아가는 배'는 정반대였다. 은유법도 꾸밈음도 한자말도 극히 적었다. 그대신 짧고 길게를 반복하며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단문과 장문의 적절한 조화였다. 에세이다 보니 은유법도 있지만 그 은유도 '...은 ...다' 라는 단문으로 시작하고 끝낸다. 군더더기도 없을 뿐더러 속도조절을 하는 듯 했다.

김규항님의 B급 좌파도 그랬다. 속도감을 조절해 가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원형을 그리며 돌다가 고양이 꼬리를 쥐어잡듯 한 문장으로 중심을 찌르는 쾌감.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사회문제까지 두루 섭렵하며 날리는 글솜씨는 놀램의 연속이었다.

최근에는 '카스테라', '삼미슈퍼스타즈 마지막 팬클럽' 의 박민규 작가 글이 참 '기이하다'라는 말이 정확할 정도로 독특하다. 이 사람에게 리듬감은 미묘할 정도로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문장이 산만하고 여기저기를 건드리는 것 같지만 그 속에는 리듬이 있고 그 리듬을 흐르고 가다보면 '포복 절도할' 끝맺음이 있다.

나도 한 번 따라해 본다고 짧게 쓰고 이것저것 리듬감을 살려보려 했건만 잘 안된다. 문장은 늘어지고 뭘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 나도 모르는 글쓰기가 반복되는 건 당연하고 주술 관계조차 안맞는 문장이 불쑥 터져나왔다. 뭐가 문제일까 생각해 봐도 결론이 잘 안난다. 이런 생각도 했다. 어쩌면 대학 때 썼던 글들이 더 풍부한 감성과 지식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지금 무슨 글을 쓰는 것인가.

솔직히 요즘에 드는 최고 고민은 바로 이것이다. '내가 지금 무슨 글을 쓰고 있는가' 여기에서부터 출발한 생각의 꼬리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근원을 꽤뚫고 가다보면 무척이나 우울해 진다. 변해야 할 바뀌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더이상 주저하고 있다가는 스스로 자멸할 듯 하다. 그런데 어떻게 변하지?

덧글

  • codeinz 2005/08/12 18:31 #

    한때 엄청나게 좋은 글.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불후의 명작을 탈고하고 싶은 문학소년 시절이 있었더랬죠. 하지만, 그런 건 없답니다. 오늘날의 좋다고 하는 글은 과거엔 좋은 글이 아니었으며 과거에 좋았었다는 글 역시 오늘날에는 좋은 글이 아닙니다. 제가 지금 말하는 것은 바로 문체, 멋들어진 문장, 사람을 잡아끄는 기교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죠. 솔직히 이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잘하면 물론 좋죠. 좋은 글의 핵심은 바로 말하려는 내용입니다. 아무리 문법이 어긋나고 맞춤법이 틀리고 호흡이 엉망진창이라 해도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진실하고 좋다면 용서되고 명작입니다. 그래서 오래된 고전이 오늘날까지 살아남는 것이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woody79 2005/08/12 21:29 #

    글쎄, 갈수록 어딘가에 갖혀버리는 것 같아. 권위에, 상황에,
    그러면서 개성적인 문체가 점점 약해지는 듯한,,, 사실 내 개성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ㅠㅠ
    참, 전화줘^^
  • 유마 2005/08/12 22:46 # 삭제

    푸르미님이 말씀하신 김규항님의 블로그 주소를 알고 싶습니다. ^^;;;
  • 닭의비행 2005/08/13 02:31 # 삭제

    http://gyuhang.net 일겁니다.
  • 첫비행 2005/08/13 09:31 #

    '글'을 쓴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걸, 블로그 시작하고나서 절절히 실감하고 있답니다. 전 푸르미 님 반에 반만이라도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ㅜ.ㅜ
  • 해맑은바보 2005/08/13 16:14 #

    어느 책 제목마냥 '뼛속까지 내려가서 쓰는' 것이 제일 어려운 문제 아닌가 합니다.
  • 말짜 2005/08/13 16:44 #

    글을 잘쓰기란 정말 쉽지 않은것 같아요.
    세상 어느 일이 쉽겠냐만은 '글쓰기'란 정말 내안의 모든 감각을 일깨우고 그것을 문자로 표현해 내는 일이기에 완성된 글 하나를 만나기 전까지의 과정이 참 힘들달까요..?
    또 나는 만족스러운 글을 썼다 생각했는데 읽는 사람이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면 그것또한 무시할 수 없는 고통일꺼구요.
    이래저래 글쓰기를 비롯한 모든 창작은 정말 힘든 나와의 싸움이란 생각이 듭니다.
  • 九日 2005/08/13 19:07 #

    저도 자주 고민합니다 내가 무엇을 쓰고있는지..
    한가지씩 나아지기 위해서 지금은 기름기를 빼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습니다만..

    이오공감타고 와봤다 덧글 남깁니다
  • DrimCirR 2005/08/13 19:52 #

    이오공감타고 왔습니다.
    저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지요. 습작만을 두드리는 글쟁이이지만... 이래저래 고민을 많이 합니다.
  • 푸른별리 2005/08/14 00:33 #

    오, 이오공감 :) 축,축~
  • 푸르미 2005/08/14 19:48 #

    codeinz / 크~ 정확합니다. 천배만배 옳은 말. 뭘 말하고 싶은 거냐 이게 중요한거죠. 공감공감...(계속....)

    woody79 / 미안 이제 왔어. 오 며칠안들어왔더니 이오공감에 당첨되다니... 담주에 보자~ 꼭...
  • 푸르미 2005/08/14 19:49 #

    유마, 닭의 비행 / ㅋ 질문해 주신 유마님도 감사 답해 주신 닭의 비행님도 감사... 유마님 자주 들러보세요. 업데이트는 가끔 되지만 하나하나 좋은 글들이에요.
  • 푸르미 2005/08/14 19:50 #

    첫비행 / 아니 그런 과찬의 말씀을... 전 첫비행님 외국 이야기, 회사이야기도 너무 재밌어요. ㅎ

    해맑은 바보 / 와우 뼈속까지 내려가서 쓰는... 음...
  • 푸르미 2005/08/14 19:52 #

    말짜 / 맞아요. 나와의 싸움인 거 같아요. 글이 비난의 화살로 돌아올 땐 무척이나 상심하게 되더라구요.

    九日 / ㅋ 기름기... 너무 빼면 딱딱해져서 맛없어요. 조금씩만. 먹기좋게

  • 푸르미 2005/08/14 19:53 #

    DrimCirR / 열심히 꾸준히 고민하시길...

    푸른별리 / ㅎㅎ 감사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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