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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자마 바람에 한가로이 집을 지키고 있는 아서 텐트. 갑자기 도로건설에 방해가 된다며 불도저로 집을 부수겠다는 통보를 받는다. 막아보자는 소산으로 불도저 앞에 누웠더니 옆집에 사는 친구 포드가 왠 뜬금없는 말을 한다. 외계에서 왔다는 그는 정확히 10분 뒤에 지구가 폭발할 거라고 말한다. 왠 황당 시츄에이션이라고 외치고 싶지만 정확히 10분이 지나자 외계 친구의 말은 사실이 된다. “은하계 고속도로 건설에 너희 행성이 방해되니 철거에 들어가겠다”며 하늘을 뒤덮은 외계인의 최후통첩은 짧고 간결하다. 지구 폭발 직전 가까스로 외계 친구 포드와 덴트는 외계인의 비행선으로 공간이동을 한다. 외계친구 포드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라는 책의 개정판 작업을 진행 중이었으며 텐트를 구해준 것은 단순히 은혜를 갚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한다. 말을 맺기 무섭게, 이번에는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를 긴 수염 외계인들이 읊어대는 시(poet)가 덴트와 포드의 귀를 찢어댄다. ![]() 서사를 대신하는 재미있는 상상력 종잡기 힘든 내용으로 시작과 함께 지구를 날려버리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이하 히치하이커)는 흔히 볼 수 있는 SF영화는 아니다. 국내 관객에게는 다소 생소한 영국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 소설 1권을 옮겨놓은 영화는 거대한 우주를 상대로 황당하고 썰렁한 상상력을 입담 좋은 사람의 끝없는 이야기처럼 이어간다. 도저히 실사영화로 옮기기 불가능했다는 후일담이 믿겨질 정도로 영화는 앞뒤 내용 연결에 대해 이미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영화 시작에서 알 수 있듯이 히치하이커를 관통하는 많은 에피소드들에는 논리적인 질문이 필요하지 않다. 복잡다단한 이야기와 음모론을 풀어놓고 정작 그것을 명령한 장본인은 누구냐고 물었을 때 그것이 “실험용 쥐”라고 해도 <히치하이커>의 세계에서는 말이 된다(또 이것이 실제 영화 내용이다). 논리적인 인과성은 필요하지 않다. ![]() 그렇다고 시시한 영화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영화는 슬립스틱 코메디나 화장실 유머와는 다른 영역의 코메디로 규정할 수 있으며, 그 원동력은 전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기발한 상상력이다. 인간보다 앞선 지능을 가진 돌고래가 지구멸망 이전에 하늘로 치솟아 지구를 떠났다는 이야기나, 비행선이 우주공간을 뛰어넘을 때에는 다른 사물(대형 꽃, 오리인형 등)로 변형된 뒤에 나타나는 것들은 엉뚱하지만 영화속 개연성을 갖기에 충분하다. 비행선을 쫓던 두 개의 유도 미사일이 갑자기 하나는 화분이 되고 하나는 고래가 되어 땅으로 추락하면서 “내 존재가 무엇이지, 삶은 무엇일까”라고 고민하는 데에 큰 의미를 발견하기는 힘들지만 그 기발함에 웃음이 있다.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상황의 급격한 변화는 말(언어)이 가질 수 있는 무한한 시, 공간이동을 화면안에 재현시켜 놓는다. 풍자를 뒤섞은 입담 <히치하이커>를 평범한 '우주 코메디'의 자장을 뛰어넘는 데에는 간간히 터져나오는 풍자성 짙은 농담 때문이다. 은하계 대통령이 읽어보지도 않고 서명한 보고서로 인해 지구가 폭파된 사실은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미 장교가 절반의 의미로 나눈 38선이나, 강대국에 의해 직선 국가경계선을 가진 대륙인 아프리카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가치에 대한 풍자로 읽을 수도 있는데 이를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는 부분은 은하계 대통령의 주된 업무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사람들 관심을 권력에서 돌리는 일이 대통령의 업무"라고 털어놓는 것은 국가권력에 대한 풍자를 우회적으로 표현해 낸다. 곧곧에 퍼져있는 입담들 가운에에는 이렇게 굵은 뼈들이 종종 숨어있다. ![]() 또 <히치하이커>는 강자가 약자가 되고 약자가 강자가 되는 역설적이지만 재미있는 설정을 통해 사람사이에 기본적인 '이해'에 대해 말한다. 도로공사가 방해되니 당신 집을 철거해야겠다는 사실은 곧 은하계 도로건설에 지구가 방해되니 철거하겠다는 입장전환으로 이루어지고, 지구를 좌지우지했던 최고 권력 외계인은 인간이 실험용으로 목숨을 좌지우지했던 흰쥐로 나타난다. 아애 은하계를 위협하는 궁극의 총은 ‘역지사지 총’이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것으로 설정한다. 이 총은 말 그대로 방아쇠를 당긴 사람의 감정이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히치하이커>를 재미있는 코메디 영화의 자장안에 있다라고 말하기엔 그 포용범위가 꽤 넓다. 구조적인 모순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이르지 않지만 입장이 뒤바뀌고, 권력이 분산되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히치하이커>의 에피소드들은 충분한 풍자성을 가지고 있다. 전 우주를 가르는 ‘뻥’같지만 재미있는 상상력과 현실을 꼬집는 풍자룰 기대한다면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가 되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만약 길을 잃는다면 안내서를 보는 것도 괜찮다. 안내서에는 새로운 ‘뻥’들과 기괴한 이야기들이 끊이지 않을테니까.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도 한국에서는 단관개봉을 해야 했던 <히치하이커>는 온라인상의 연장상영 요청으로 필름포럼에서 10월까지 상영한다. 관람시에 가장 중요한 건 자막이 오를 때까지 자리를 뜨지 마시라. 마지막 엔딩에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짧은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그것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니면 허무함 그 자체이거나. 이글루스 가든 - 내맘대로 영화해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