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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에서 나그네는 음식을 대신하는 술안주로 진실과 거짓, 입담이 뒤섞여 있는 이야기를 흘려보낸다. 사뭇 공포영화와도 비슷한 <형사 Duelist>(이하 형사)의 오프닝은 여인네에게 홀림을 당하는 주막 나그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나그네의 비명 소리에 화면이 전환되면 장터 한가운데에 좌포청의 안포교(안성기)와 남순(하지원)이 등장한다.
누구하나 우둑하니 서있지 않은 ‘분주함’ 그 자체인 장터. 끊임없이 좌우를 가로지르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분주한 장터를 안포교와 남순이는 헤집고 다니고, 슬픈눈(강동원)은 칼춤을 추며 곳곳을 넘어다닌다. 각 인물들을 따라 분주한 시선을 쫓아가다보면 화면이 전환된다. 왁자지껄한 장터장면이 지나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영화는 남순과 슬픈 눈이 서로 미묘한 감정을 나누면서 각자 본분을 잃어버리듯이, 시간이 진전되어 갈수록 이야기는 사라져간다. “드라마를 만들려면 왜 영화를 하나”라고 말했던 이명세 감독의 지론처럼 <형사>는 서사에 무척이나 관심없어 보인다. ![]() 속도감을 이용한 이미지의 실험 등장인물 어느 누구하나 백의민족임을 드러내지 않으며 총천연색(붉은색, 검은색, 연두색 등)으로 옷들을 물들여 놓고 나풀거리는 벗꽃은 판타지 세계를 보는 듯 하다. 서사뿐만 아니라 시대적인 배경까지도 자유로움에 맡겨 놓는다. 이같이 자유로운 상상 속에 내맡겨진 판타지 무협극 <형사>는 그동안에 시도되지 못했던 무협 영역을 한 걸음 진일보 시킨다. 무던히 양옆을 훑듯이 지나치는 화면과 다음 장면이 교묘히 이어지는 장치는 칼날의 날카로움처럼 날렵하고 빠르다. 슬픈 눈(강동원)이 춤을 추듯이 널을 뛰는 칼놀림은 와이퍼 장면 전환(구로자와 아키라의 영화와 스타워즈 에피소드 시리즈에서 주로 쓰인 장면 전환장면)으로 속도감이 더욱 배가된다. 마치 화면 전체를 칼로 재단하려는 듯이 자유자재로 공간을 나누는 장면들은 날카로움 자체를 표현해 낸다. 와이퍼 전환과 좌우 공간이동의 반복적인 움직임을 통해 영화는 무협에서 주로 차용하는 물체를 베어버리는 공간성을 한 화면에 반복적으로 담아낸다. 극단적인 조명을 이용한 남순이와 슬픈눈의 돌담길 대결 장면은 이를 더욱 극대화 시킨다. 정지되어 있음에도 살아있고 보이지 않음에도 더욱 날카롭게 울려대는 칼날은 보이지 않음에도 ‘빠르다’는 감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화면을 꽉 채우고도 어딘가 모르게 넘칠 듯이 움직이는 힘과 선도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형상화된다. 전반부가 좌우의 선을 가지고 살풀이를 했다면 후반부에는 원형의 선을 통해 미학적인 움직임을 잡아낸다. 하얗게 쌓여가는 눈의 결정체처럼 동그라니 한 인물을 감싸고 공격하는 원형의 움직임을 통해 중심인물의 감정적인 격정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한 인물을 감싸고 있는 좌포청의 순사들은 중심인물을 돋보이게 하기위해 존재하는 꾸밈음의 존재감에 머무를 뿐이다. ![]() 감정과 이미지의 불안한 만남 흥미로운 점은 이같이 주요 인물들을 제외한 주변 인물들은 인형극의 그림자처럼 감정이 절제된 소리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병조판서(송영창) 앞에서 칼춤을 추는 슬픈눈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주변 인물들은 이 둘 사이를 추스르는 말 상대에 그쳐버린다. 영화전체를 통틀어 주변 인물들은 들리지만 존재하지 않는 메아리처럼 말을 되받아 치고 아우르는 수준을 유지한다. 이는 중심인물들의 감정적 움직임이 화면에 발현될 때에 더욱 집중시키려는 장치이다. 이외에도 화면을 통한 감정의 서사를 따르려는 시도는 다양하다. 조명을 극단으로 몰고 가고, 옷의 색감에 따라 감정선을 달리하는 장치가 곳곳에 배치된다. 느리게 움직이다 카메라가 눈빛을 응시하면 그것이 감정선의 연장선인 듯이 발현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꾸만 감정과 이미지가 동떨어져 보이는 데에는 적잖이 넓게 뛰어버리는 과도한 점프 컷에 있다. 화려한 전반부의 움직임에 비해 감정과 서사를 한꺼번에 잡으려 했던 후반부의 미흡한 이음방식은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동료들의 죽음 뒤에 슬픈눈과 대치하는 장면에서 남순의 처절함이 표현되는 움직임은 서럽다는 것보다 슬픈눈에 대한 사랑에 이미 마음이 가 있어 보인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우형사로 오버랩 되는 남순의 캐릭터가 가지는 근본적인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울부짖어야 할 순간에는 절제되고 차분해도 될 순간에 입꼬리를 올라며 혈기를 뿜어내는 장면은 감정이 공유되어야 할 지점을 잃어버린다. ![]() 여기에 높낮이가 전혀 덧입혀지지 않은 사투리는 표준어와의 미심적은 만남에 그쳐 있고, 반대로 포교 상사에게는 표준 서울말을 구사하는 신분적인 언어관계까지 의심하게 만든다. 이미지와 감정을 뒤섞는 방식은 홍콩의 왕가위 감독도 자주 활용하는 방식이다.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을 보면 카페에 앉아있는 두 남녀의 느린 움직임과 배경으로 사람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장면을 통해 현대인의 무료한 고독을 표현하는 데에 적절했고, 운동장을 무턱대고 돌고 있는 주인공의 심정은 내레이션으로 설명해 주었다. 이미지의 나열과 함께 끊어지는 서사를 이어주는 매개체는 필요하다. 하지만 <형사>에서 그 매개체를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적잖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형사>는 기존 한국무협영화의 관습을 뛰어넘는 실험을 감행하고, 풍부한 화면과 그것을 역동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하는 화려함은 미술작품 못지않은 동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과도하게 생략된 이야기의 흐름과 간간히 보이는 설정들은 단점으로 지적될 만 하다. # <형사>리뷰는 아무리 고쳐봐도 영 말이 잘 안맞는 구석이 많습니다. 보시는 분들 이해해 주시기를. 앞으로는 좀더 정리해서 쓸렵니다. 지우기는 아까워 그냥 두지만 혹시 읽으시는 블로거님께는 심히 죄송스럽다는 말씀 드립니다. 이글루스 가든 - 내맘대로 영화해석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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