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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시티오브갓> 사회의 희망이 타락의 근원이 되는 도시 맘대로 씨네마

6,70년대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로의 빈민촌 ‘시티 오브 갓’은 마약과 총, 약탈이 일상인 도시이다. 상점 주인들은 도둑들에게 익숙해져 있으며 총소리가 어느 쪽에서 들려도 사람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경찰은 돈으로 매수되고 누가 죽던지 그저 주머니를 뒤질 뿐이다.

영화 <시티 오브 갓>은 아무것도 모를 순진한 모습의 어린아이에게서 출발한다. ‘제빼게노’는 1960년대 시티 오브 갓을 주름 잡던 카벨레라, 알리까치, 마헤코 트리오의 부하였다. 시간이 지나자 세대는 변화하고, 어느덧 성인이 된 제빼게노는 마약상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총으로 시티 오브 갓을 손에 쥔 그는 누구든 심사에 맞지 않으면 총알세례를 선사하는 자로 재탄생한다. 하지만 그도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세력이 커져 버린 또 다른 마약상인 ‘세누라’를 제거하는 일이다.

10대 범죄, 마약왕에 관한 폴로 린스(Paulo Lins)의 자전적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시티 오브 갓>은 세대를 잊는 갱단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흡사 <대부>와 <좋은 친구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시티 오브 갓>이 차지하는 영역은 그것들과는 다르다. 영화는 마피아의 역사와 의리, 그들만의 세계를 자전적인 관점으로 다루기보다는 한 도시 속 군상들이 살아가는 실제 현실 속을 집요하게 파헤쳐 들어간다. 투박한 핸드 헬드 시점과 거친 화면, 정제되지 않은 주요 배우들의 연기, 여기에 카메라가 찍고 있는 시선에는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아 보이는 일상속 군상들의 움직임은 다큐멘터리와 영화가 기묘하게 결합되어 있는 듯하다.
어지럽게 넓혀진 갱단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일은 이 도시에 살고 있는 ‘로켓’이 맡는다. 화자 역할을 담당하는 로켓은 그의 성장과 함께하는 갱단의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는다. 복잡한 원작을 하나의 중심된 이야기로 묶기 위해 만들었다는 인물인 ‘로켓’은 감독, 작자의 변을 대신 말해 주기도 하면서 각각 인물들을 다각도로 볼 수 있게 해 주는 구실도 해낸다.

미국 근현대사 인물들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으로 가진 ‘포레스트 검프’처럼 시티 오브 갓의 인물들을 ‘로켓’은 하나씩 대면해 나간다. 그래서 로켓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가지는 객관성이란 단순히 인물과 사건의 재현이 아닌 시대와 각각 인물들이 대면하는 내면의 그것마저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적절한 나레이션으로 영화를 이끄는 ‘로켓’이 있지만 영화속 진정한 주인공은 시티오브갓에 살고 있는 어린아이들이다. 무디어진 사람들, 그리고 마약으로 찌든 어른들의 모습을 앞지르는 것은 시티 오브 갓에 살고 있는 어린 아이들의 순전하지만 잔혹한 백지상태의 모습들이다.

그들은 일찍이 도시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힌다. 그것은 남을 짓고 누를 수 있는 폭력이며, 그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폭력의 종착점인 ‘총’을 통해 사람의 목숨을 결정할 수 있는 일종의 절대 권력이다. 10살 정도 된 아이에게 총이 주어지자 모텔 속 어른들은 모두 몰살당한다. 장난감을 다루듯 웃으며 총을 난사하는 어린아이에게 도덕과 죄책감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에게 ‘총’은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시티 오브 갓을 지배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이다.

"난 총으로 사람을 죽였어, 난 남자가 됐단 말이야" 아무런 거리김 없이 자랑스럽게 내뱉는 마약갱단이 되어버린 10대 소년의 이야기는 도시의 도덕성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가장 순수할 수도 가장 잔혹할 수도 있는 존재가 되어 버린 어린 아이들은 그대로 방치된다.

도시의 타락이 너무도 위험한 것은 그 도시에 희망(아이들)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작자의 말처럼 <시티 오브 갓>에서 구원받는 유일한 길은 그 도시를 떠나는 길이다. 도살장에서 발목 줄이 풀려 도망치는 닭처럼 말이다. 영화 오프닝을 장식하는 이 장면은 부족한 자의식을 총과 마약에게 맡겨버린 아이들과 죽음앞에서 벗어나려는 동물의 미묘한 대비를 이룬다.

<시티 오브 갓>이 전하는 이야기가 비범한 것은 한 도시를 타락시키는 근원이 우리가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영화 속 시티 오브 갓이 브라질의 한 빈민가 이야기만이 아닌 듯해 보이는 것은 우리 사회 속 아이들의 모습은 어떤가하는 의구심에서이다. 그런 면에서 <시티오브갓>은 브라질뿐만 아닌 모든 도시, 사회 속 폭력의 정의와 그 파장을 말해주려는 일종의 경고장과도 같은 영화다.

덧글

  • reme19 2005/11/01 15:56 #

    간만에 오마뉴스에 글 올리다가 이 기사 봤어요.^^ 말씀대로 브라질의 한 빈민가 이야기만은 아니겠지요. 아쉬운 점은 상영관 수가 역시나 부족하다는 점..
  • 푸르미 2005/11/02 00:28 #

    reme19 / 맞아요. CGV에서도 인디관으로 몰렸어요. 참... 레미님 글도 너무 잘 봤습니다. 역시 다르세요.^^
  • noregret 2005/11/07 15:22 # 삭제

    실제로 찍을땐 너무 위험해서 안전한 옆동네[...?;]에서 찍었단 일화가 있어요.

    이영화, 참 좋았어요. 기대 안하고 봤고, 기대이상의 결과를 줬으니까요
  • 푸르미 2005/11/07 19:48 #

    noregret / 오 그랬을만도 하네요. 좀 찍으면서도 살벌했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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