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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나는 왜 불온한가> 그가 불온하지 않은 이유 떠들어보기

김규항의 글을 접한 건 대학 4년때 읽은 'B급 좌파'였다. 그의 책 'B급 좌파'는 씨네21에 기고한 칼럼들을 엮은 문집. 책 한페이지를 넘겨가면서 느낀 것들은 생생하게 내 사고 구석구석을 파고 들었다. 사회 문제 곳곳을 헤집어 놓고 진단을 내리는 그의 혜안은 '안목'이라는 가치를 넘어 하나의 '품성'을 갖고 있는 듯 했다.

이번에 접한 <나는 왜 불온한가> 역시도 'B급 좌파' 못지 않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쓴 글을 모아 놓은 이 책 역시 갖가지 사회문제들을 넓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다. 2002년 노무현의 당선과정에서 그가 진단하는 노무현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지금의 노무현의 행태들을 짐작하게 된다.

개혁과 진보의 차이에서 파생된 노무현의 등장, 그리고 그에게 실망하게되는 많은 이들의 과정을 그는 정확히 진단한다. 여기에 김대중 대통령과의 연관성까지 맞물려 보면 노무현의 입장 정리가 저절로 된다. "노무현은 진보주의자인가, 개혁주의자인가, 지역주의에 맞선 노무현은 신자유주의에도 당당히 맞서는가, 하층계급의 싸움에 연대하는가"

책속 칼럼들을 하나씩 접하고 나면 무언가 남겨져 있는 느낌들이 섞여있다. 아직 절반밖에 읽지 못했는데도 한 칼럼들씩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로 머리속이 채워진다. 내가 김규항의 팬임을 자처하고 나서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의 글이 좋은 이유는 우선 그가 소위 말하는 지식인들 가운데에서 미묘한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가 내미는 사회문제에 대한 현안은 탁월하다. 강준만 교수는 "김규항이 규정해 놓은 백과단어사전이 보고싶다"고 할 정도로 김규항이 지적하는 문제들에 대해 동의했다. 이런 말을 들을 정도라면 그는 충분히 유명한 칼럼니스트로 아니면 수많은 주간지에 이름을 올리 수도, 시사프로그램 간판 인터뷰이도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글은 몇몇 언론이나 그의 블로그에서만 볼 수 있으며, 텔레비젼에는 100분 토론을 딱 한 번 나갔다고 한다. 덧붙여 텔레비전에는 다시는 나가지 않겠노라 다짐하기도 했다. 모든 일을 마다하고 그가 손을 뻗은 일은 아이들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를 만드는 것이다.
 
그의 팬임을 자처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글 속에서 내미는 삶들이 너무도 솔직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가 진단하는 사회칼럼도 좋지만 그의 생활글 또한 너무도 재미있다. 고 이오덕 선생님과의 일과들, 그의 자녀들과 부인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 지식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때로는 좋은 일들이, 때로는 분개할 일들이 있다.

그밖에도 그는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챙피한 일들까지 서슴없이 소개한다. 진중권이나 강준만이 해집어 놓는 칼럼들 보다도 김규항의 칼럼이 너무도 좋은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잘못함에 대한 솔직한 이해이다. 여타 지식인들이 내놓는 해안에는 그 바탕에 무언가 건드리지 못할 지식적, 사회적, 도덕적 '선'이 깔려있다. 가끔 그 '선'은 누구도 범하지 못할 성역같은 존재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김규항의 글에는 그러한 성역적 존재감이 없다. 그래서 좋다.

이제 절반을 읽었다. 좋은 책은 빨리 읽어버리는 게 아깝다. 그래서 어떤 때에는 좋은 책을 만나면 일부러 천천히 읽는다. <나는 왜 불온한가>는 아주 천천히 읽고 있다. 하나씩 똑똑히 정독해 가면서 말이다. 책 머리말 마지막을 장식하는 문구가 너무 마음에 들어 옮겨본다. 누군가에 작자 김규항에게 '정말 희망이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 말하고 싶은 노신 선생의 한 문구란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덧글

  • 마른미역 2005/11/09 20:17 #

    교보에서 서서 한참을 읽었던 책이네요.
    돈 생기면 사야지 사야지 하면서 아직 못 사고 있습니다. -_ㅠ
    규항넷을 통해서 읽었던 글도 많지만, 책으로 읽는건 또 느낌이 다르더라구요.
  • FAZZ 2005/11/09 21:49 #

    흠 저도 이 책을 사서 보던가 해야겠군요. 관심분야이기도 하니 말이지요 ^^
  • 한나 2005/11/09 22:08 #

    오~ 노자가 한 말이였군요. 루쉰의 고향에 나오는 구절이라 루쉰의 말인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저도 이 문구 좋아합니다.
  • 푸르미 2005/11/10 00:06 #

    마른미역 / 네 저도 그렇더라구요. 책으로 읽는 느낌은 또 틀린 거 같아요. ㅎ 나중에 꼭 다시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어요.

    FAZZ / 네. 한 번 권해 드릴만 하네요. 겉에 종이도 아주 꺼끌하니 좋아요. 갱지라고 하네요.
  • 푸르미 2005/11/10 00:06 #

    한나 / 루쉰의 고향... 많이 들었던 거 같은데. 저도 이 문구에 그냥 흠뻑 빠져 버렸어요.
  • _푸훗_ 2005/11/10 17:11 #

    김규항의 블로그에서 그 딸과 나누는 대화들도 참 좋더라구요. 역시. 이 책은 나중에 돈이 생기면 사야겠어요. 한량이라 책 한권 사는 것도 쉽지 않네요, 흑흑. 일단은 웹에서 읽는 글들로 만족해야죠. 방긋.
  • 푸르미 2005/11/10 17:35 #

    _푸훗_ / 그 부분들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글들 중에 하나에요. 저렇게 아이들을 키워야 할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요. ^^
  • 다마네기 2005/11/11 12:52 #

    하하!! 저도 김규항씨 ( 더 정확히 말하면 그의 글을 ) 굉장히 좋아해요.

    저역시 "씨네 21" 을 통해 그의 글을 관심있게 읽었었는데 제 블로그의 외부 링크 중 "무규칙 이종 예술가" 가 바로 규항님 블로그 랍니다.

    근데 요즘. 선천적으로 게으름에 대한 면역 체계가 약한 다기는 규항님의 글들을 많이 접하지 못하고 있어요. ㅠㅠ

    저도 [ B 급 좌파 ] 와 [ 나는 왜 불온한가 ] 꼭 읽어봐야 겠어요! ^^
  • 솔리드 2005/11/11 13:32 #

    진실은 있는데 누가 막고있는 것인지..
    자꾸 손바닥으로 앞을 가리려고 합니다..
    꼭 읽어보도록 하겠읍니다..^^;
  • 푸르미 2005/11/11 14:49 #

    다마네기 / 무규칙 이종 예술가라는 말을 종종하더라구요. 그말도 참 재미있는 말 같아요. 책 한 번 꼭 보세요. 제가 추천하는 베스트 책들이랍니다. ^^

    솔리드 / 손바닥으로 가려봤자 그 사이로 다 보이는데 말이죠. ㅎ
  • 세발까마귀 2005/11/11 22:47 # 삭제

    옥의 티 : 위 글 중 인용문은 '노자'가 아닌 '노신'입니다. 정확한 중국어 표기는 '루쉰'이지요. "그의 해안..."은 '혜안'이 맞고요. 죄송합니다.
  • 푸르미 2005/11/12 00:52 #

    세발까마귀 / 아이구. 감사합니다. 이런 실수를... 노신을 노자라고 하다니. 이러니 덤벙거리는 성격이 참 문제인 거 같습니다.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하다니요. 전 이렇게 지적해 주시면 더 고맙습니다.
  • 푸른별리 2005/11/12 05:43 #

    저도 김규항씨, 아니 김규항씨의 글을 좋아합니다. 특히 아빠의 심정으로 쓴 글들과 '크리스천 좌파'로서 쓴 글들요.
  • 푸르미 2005/11/13 00:54 #

    푸른별리 / 네. 저도 그래서 저도 김규항님 그런 글들이 좋더라구요.
  • 2005/11/29 01:5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좁쌀한알 2005/11/29 13:20 # 삭제

    그가 공중파나 지면에 자주 안나오니...가끔 그의 블러그를 도둑질 하는 사람중에 하나입니다. 그의 블러그를 타고 왔습니다.^^ 죄송^^..이 땅에 진정한 교회가 세워 진다면...신성한 노동과 따뜻한 사랑이 베풀어 지는 교회가 초라하지만 많은 힘들고 지친 사람들을 위해 세워 진다면 그 교회의 목사로서 김 규항 섰으면 하네요....그전에 저희가 할일은 김 규항의 멧세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해주는 전도사 역활을 하고요^^ 전 그래서 올해 성탄 선물을 그와 관련괸 것으로 준비해서 내 이웃들에게 줄려고요...
  • 푸르미 2005/11/29 18:29 #

    비공개 / 아 그랬군요. 정말 서울 오면 한번 연락하세요.^^ 블로그가 좀 바뀌었죠. 이제는 뭐 그렇게 문화적 차이가 클까요. 잘은 모르겠지만요. 하여튼 시험이 끝났다니 다행입니다. 저도 자주 놀러갈께요.

    좁쌀한알 / 아 좋은 생각이시네요. 성탄선물로 주신다니. 저도 자주 블로그에서 도둑질을 해갑니다. 워낙 똑부러지게 맞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거든요. 예수전은 저도 잘 보고 있죠. 이것도 책으로 어서 나오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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