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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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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감았는지 가늠할 수 없는 헤어스타일, 흐리멍텅한 눈에 기다란 얼굴. 외모만 봐서는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처럼 기괴하다. 분장만 덧칠해 놓는다면 일렬로 걸어가는 해골떼와 더 어울리겠다는 상상도 가능하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 때문인지 팀버튼 감독의 이름 앞에는 괴짜, 악동, 기괴한 상상력 같은 범상치 않은 수식어가 늘 붙어 다닌다.
![]() <맨인 블랙>의 베리 소넌필드 감독이나 <이블 데드>의 샘 레이미 감독도 꾀짜와 악동이란 별명을 달고 다니지만, 팀버튼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는 그것과 조금 다르다. 베리 소넌필드에게는 백인과 흑인이 티격거리며 외계인을 무찌르는 상상력이 있지만, 대통령 배에 깃발을 꽃아 죽일만한 배짱은 없다. 샘 레이미에겐 시공간을 넘나들며 톱날로 귀신들을 잘라버리는 악동기질을 보여주지만, 영화 초반 허무하게 주인공을 유령으로 만들어버리진 않는다. 악동, 괴짜라는 팀버튼의 별명은 그가 만든 영화들이 헐리우드가 차용하는 주요 플롯을 상당부분 비껴나간다는 점에서 가장 적절하다. 호러와 컬트 팬들에게 추앙받는 <비틀쥬스>와 <화성침공>을 보자. 한적한 마을에 새 집을 구입한 부부가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목숨을 잃고 귀신이 되어 자신의 집으로 이사한 가족을 괴롭히고, 친한척하며 나타난 외계인들은 지구인들에게 서슴없이 광선을 쏘아댄다. 괴롭히는 당사자들은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고 당하는 권력자들은 희화화의 대상이 된다. 희화화되는 인물들 팀버튼이 희화화하는 대상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서부터 사고로 죽은 유령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그들은 주류보다는 비주류, 성인보다는 소년에 가깝다. <찰리와 초코렛 공장>의 웡카는 최첨단 공장에서 엄청난 부를 간직하고 있지만, 유년시절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이같은 어른이다. <비틀주스>에서 새 집으로 이사온 부부가 죽어 귀신이 되어 끊임없이 장난을 치는 과정에서 선뜻 그들이 결혼한 성인이라고 인식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누구나 거쳐왔던 유년시절의 기억들, 곧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갖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무의식을 자극한다. 체면과 사회적 지위로 거세된 '소년, 소녀의 심성'을 전면에 드러내 줌으로서 그의 영화는 대리체험의 쾌감을 선사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같은 인물들의 공통된 성향은 아직 어른이되 '사회적, 규범적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거무잡잡한 다크서클, 해골과 뇌사진을 결합시킨 주인공들, 검은 가면속에 입만을 남기며 하늘을 나는 영웅, 단발머리에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두려워 하는 백만장자.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아름답고 행복한 인물들이 아니다. 돈이 많다하더라도 철저히 비주류적 생활양식을 갖고 있다. 이처럼 일관되게 결핍된 인물들을 표현해 내는 그는 '콤플렉스'라는 정신적 상처를 영화들 속에서 자주 내비친다. ![]() 팀버튼이 유일하게 선택한 히어로인 ‘배트맨’은 그러한 '콤플렉스'가 가장 잘 표현된 인물이다. 영웅이면서도 어두움을 함께 가직한 배트맨은 외면과 내면의 양면성을 백만장자 브루스와 밤의 지배자 박쥐인간으로 표현된다. 1, 2편에 등장하는 악당들(조커, 캣우먼, 팽귄맨)도 배트맨의 대비된 양면성을 대변해 주는 관계로 풀이할 수도 있다. 배트맨 1, 2편에서 여러 캐릭터들과 함께 돋보이는 것으로 고담시의 풍경을 꼽을 만 하다. 고층건물이지만 중세성곽의 일부분을 닮아 있고, 화려하지만 좁은 골목의 어두움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미술을 전공한 팀 버튼의 미학적인 장점이 돋보이는 영화 속 배경들은 독특한 인물들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데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다. 또 팀 버튼이 만드는 영화 속 공간이 독특한 점은 정반 혹은 어울리지 않은 두 공간이 늘 거울을 들여다보듯 놓여 있다는 점이다. 한 공간을 돋보이기 위해 정반의 다른 공간을 제시하려는 듯, 두 공간은 서로를 보완해 주면서 상반된 이미지를 추구한다. 네모반듯한 정원을 가진 미국 중산층 도시 끝자락에 성곽을 만들어 놓고, 19C 산업혁명 말기 시대에 최첨단 초콜릿 공장이 중심가를 메운다. 마녀의 성을 들어가듯 울창한 나뭇가지와 숲을 건너면 파란 잔디를 가진 평화로운 마을이 나타나고 무채색 도시를 지나가면 저승세계로 통하는 관문이 있다. 팀버튼의 간이역은 '아버지' 기괴한 상상력과 그로테스크한 면모를 드러냈던 작품들과는 달리 <빅피쉬>에서 팀버튼은 새로운 변화를 꾀한다. 누구와의 타협을 모르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세계를 영상에 투영했던 그가 선택한 간이역은 아버지였다. <빅피쉬>에서도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기이한 전설과도 같은 분위기를 저버리지 않지만 궁극적으로 <빅피쉬>는 이전 시대를 겪은 아버지들의 위대함을 담아낸다. 영화는 아름다운 전설과도 같은 젊은 날의 ‘여행’들을 현실과 환상사이에서 독특함으로 만들어낸다. ![]() <가위손>의 에드워드가 가위손을 가지고 있는 로봇이라는 비현실적인 설정이 현대사회의 각박하고 무서운 현실을 도드라지게 표현하는 장치였듯, 빅피쉬의 에드워드 볼륨(이완 맥그리거)이 곳곳을 여행하며 겪은 뻥같은 이야기는 화해하기 힘든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존중’이란 미덕을 선사한다. <찰리와 초코렛 공장>도 <빅피쉬>에서 보여준 ‘존중’의 의미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긴다. 더 이상 손가락을 만들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아버지(가위손)의 모습은 사라지고 오히려 잃어버렸던 아버지도 타인을 통해서 찾도록 만든다. 사회속 적응하지 못하고 이용당하던 그의 영화속 인물들은 이제 거꾸로 사회 구성원들에게 작은 깨달음을 선사한다. 초코렛과 돈은 달콤하지만 그것보다 소중한 것은 가족이라고. 그렇다고 그가 자신만의 특기인 괴짜 스타일을 버린 것은 아니다. 브라운관에서 초코렛을 꺼내먹고, 다람쥐를 일꾼으로 부리는 재미있는 상상력의 재치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일부 팬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곤 한다. 그만이 가지는 기괴함이 줄어들어 영화적 충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여전히 팀버튼이 주류와 비주류 사이를 오가는 인기감독인 것은 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아우라가 있어서다. 난장이 숲에서 움파룸파를 설득해내고, 저승세계를 따뜻한 시선으로 채색하며, 물고기가 된 아버지를 배웅하는 장면들을 맛깔스럽게 만들 수 있는 이는 팀버튼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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