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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사육되지 않고 산이나 들에서 자연 그대로 자란 짐승. 사전을 뒤적이면 ‘야수’의 뜻은 이렇게 풀이된다. 누구에게도 길들여질 수 없는 야수와 같은 인간들이 펼치는 세계. 이 세계에서 명석한 두뇌는 본능에 뒤쳐지기 마련이다. 본능에 충실한 남자들만의 ‘야수’들의 세계를 그린 영화 <야수>는 처절하게 짓밟힌 한 남자의 어그러진 얼굴로부터 시작한다.
<야수>는 두 남성에게 포커스를 맞춘 느와르적 감수성의 영화이다.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이 몸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 온 형사 장도영(권상우)와 빠른 사건 해결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검사 오진우(유지태). 대립점에 위치한 듯 보이는 두 사람은 구룡파 보스 유강진(손병호)을 잡기 위해 힘을 합한다. 사건을 추적할 때마다 외압과 함정에 빠지지만 중요한 단서를 잡기 위해 그들은 그야말로 매순간 악전고투하게 된다. 그런데도 수사는 결정적인 증인들이 사라져버리면서 궁지에 몰리게 되고, 공권력 남용(수사과정에서 폭력사용, 개인의 복수)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게 된다. ![]() <야수>는 장도영을 중심인물로 배치한다는 점에서 경찰영화로 분류될 수 있지만 <와일드 카드>나 <강력3반>이 담고 있는 형사들의 애환에 대한 묘사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마음속에 남을 두 남자’라는 문구처럼 영화는 두 인물을 중심에 두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면서 겪게 되는 과정을 때로는 급박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담아낸다. 야수로 변모하는 두 인물 어떻게 보면 영화속 두 남성은 형사와 검사를 각각 주인공으로 내세운 <공공의 적> 1, 2편의 강철중이 한 화면에 같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가 생경하게 살아있는 쪽은 아무래도 형사 장도영이다. 등장과 함께 육두문자를 날리며 범인을 길바닥에 내팽개치고, 경찰 내부 검열관의 지적에도 눈 깜짝하지 않는다. 특공무술과 태권도는 배운 적이 없는 날 것 그대로의 몸뚱이는 범인들과의 대치마다 생채기와 피를 얻게 되지만 결코 적에게 등을 보이지 않는다. 겉모습만 봐도 짐승의 본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장도영은 ‘야수’ 그 자체이다. 그에 비해 검사 오진우는 전형적인 검사의 본형을 가지고 있다. 그는 사건이 진행되면서 공권력의 한계 혹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확인하게 된다. 바쁜 일상 때문에 부인으로부터 이혼선고까지 받으면서 사건을 해결하려하지만 번번이 맹물만 마시는 한계를 경험한다. 장도영이 처음부터 야수였다면 오진우는 점차 ‘야수’로 변모해 가는 군상인 것이다. ![]() <야수>가 남성 느와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는 데에는 이 두 인물을 연기한 권상우와 유지태 덕분이다. 권상우는 언제 감았는지, 언제 씻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의 얼굴로 시종일관 육두문자와 액션을 선보이고, 유지태는 한꺼번에 쏟아내는 분노의 표호로 야수의 본능을 발휘한다. 미소를 잃지 않는 악역 유강진역의 손병호도 두 야수의 대결에서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는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유강진은 이중적인 면모가 강조되는 매력적인 악역이라는 점에서 현실 속 인물들과도 충분히 대비된다. 실험적 장면은 돋보이지만 부족한 설명 아쉬워 두 인물과 함께 <야수>가 돋보이는 지점은 실험적인 장면구성과 핸드 헬드로 인물들의 감성에 따라 맞춘 클로즈업 장면들이 가지는 새로운 진정성이다. 간간히 등장하는 이 장면들은 동시간대에 이루어지는 장면을 얼굴과 발, 혹은 앞모습과 뒷모습을 한 화면 안에 분할시켜 새로운 긴장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첨단 도시 속 어두운 심상의 감성을 자극했던 가와이 겐지(<공각기동대>, <패트레이버>, <이노센스>의 음악감독)의 음악은 각 장면과 조화롭게 배치되면서 밋밋한 장면조차도 빠른 템포를 갖게 되거나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신의 소신이나 원칙들이 사라져버려 결국 폭력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실패자의 마지막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는 감독의 변처럼 <야수>는 사건수사와 도덕, 또는 사회적 여론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 것을 검사 오진우의 입을 빌려 말하려 한다. 이는 분명 이전 형사영화와는 다른 지점의 마침표다. 진실과 사회 여론이 부딪치게 되면 과연 공권력은 어디에 손을 들어줄 것이냐에 대한 문제는 문득 최근 언론과 여론, 그리고 정부가 지켜온 자세를 떠올리게도 한다. ![]() 여러 가지 장점들을 두루 갖추고 있음에도 <야수>는 중반 이후 종종 몰입도를 분산시킨다. 개성 있는 두 인물이 쫓는 사건의 흐름은 자연스럽지만 두 인물이 성장 혹은 변화의 과정이 무디다는 점과 내내 무겁기만 한 분위기 때문이다. 장도영의 막무가내 수사방식이 그의 캐릭터성을 설명해주지만 지칠 줄 모르는 긴장감은 도리어 역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오진우도 폭력으로 해결해야만 했던 서사가 덧붙여지지 않은 점은 결말부분에 이르러 아쉬움을 남긴다.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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