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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그 긴키에 주먹만한 얼굴이라니. '세상은 불공평하다'라는 말은 이럴 때 하는 말이겠다. 인사말을 하는 그녀의 얼굴 절반은 이미 마이크 앞머리에 가려져 있었고, 양 옆 배우들의 얼굴과도 차이가 났다. '조근 조근' 입을 열어 말하는 그녀에게 '예쁘다'라는 말이 무척 어울렸다. 말 사이마다 풍기는 수줍은 듯하면서 어색한 표정. 거기에 살짝 떨리는 목소리까지. 양 옆에 선 정우성과 이성재는 그녀를 보호해 주기 위해 나타난 듯 보였다. 전지현은 예쁘다.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뭇 남성들의 애간장을 녹였던 CF들은 그녀의 섹시함과 도발적인 눈매를 비췄고, 잡지 사진들은 늘씬한 다리를 비추거나 온전히 얼굴만을 포커스로 삼았다. 어디를 비추든 그녀는 예뻤다. 성격은 또 어떤가. 청순과 발랄함을 겸비한 <엽기적인 그녀>의 이미지는 그대로 인간 전지현이 되었다. 때로는 순진하고 때로는 발랄한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는 그대로 전지현의 아이콘이자 성격이 되었다. 지하철에서 장난으로 남자친구 뺨을 후려치고, 때로는 청순하기 짝이 없는 가냘픈 모습으로 슬픈 과거를 들려주기도 한다. <화이트 발렌타인 데이>와 <시월애>의 청순녀 전지현은 바람결에 머리를 흩날릴 줄 아는 소녀에서 예쁘고 당돌하고, 솔직하면서 귀여운 완벽한 만인의 여자 친구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 그러나 청순과 발랄, 섹시함 그 어딘가에 선 그녀의 이미지가 독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엽기적인 그녀> 이후 다시 백지상태의 전지현으로 돌아가길 원했지만 사람들은 이제 그녀를 드라마 <해피투게더>의 아픔 많은 소녀로 보지 않았다. <4인용 식탁>의 그녀가 외면 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사람들은 내 여자 친구가 베란다에서 자살하는 사람과 마주치는 걸 바라지 않았다. 겁에 잔득 질린 그녀의 표정은 CF속 가녀린 허리선의 그녀와 일치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라는 영화에 참여한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여자친구'로 컴백한 것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번에도 사람들은 그녀를 배우로 인정하지 않았다. 2시간짜리 CF라는 빈정 속에 '전지현 만이 예쁘다'라는 말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가 폄하됐다. 그래서 <데이지>의 전지현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2년 만에 돌아온 전지현은 변화를 시도했지만 그녀의 이미지는 여전히 청순과 발랄 사이 언저리에 멈추어 있었다. <데이지>에서 전지현의 연기는 그리 쉬운 연기가 아니었다. 목소리를 잃어야 했고, 말하지 못하는 상황 안에서 목소리 없는 감정연기를 펼쳐야 했으며 죽음 앞에 서 있어야 했다. 나무다리에서 냇가로 떨어지는 위험한 장면을 직접 해냈음에도, 얼굴이 어그러져 보이든 말든 처절한 눈물연기를 펼쳤음에도 '전지현'은 슬픈 사연을 가진 혜영(<데이지> 전지현 역)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영화의 흥행에 상관없이 전지현은 여전히 CF 퀸이다. 흩날리는 머릿결로 그림을 그려내고, 아무 말 없이 얼굴표정만 카메라에 들이대는 데도 화장품 광고가 된다. 이유를 막론하고 그녀가 화면에 등장하면 눈이 먼저 반응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녀를 '배우'라는 아우라에 세워 놓으면 가차 없는 비판을 한다. '배우'라는 이름이 그녀에게 어울릴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은 건 박제된 이미지로 그녀를 가두어 두기엔 아직은 이른 시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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