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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리턴즈] 영웅의 자리찾기 원정기 맘대로 씨네마

영화가 시작되면 우주 한폭판에서 관객의 심장을 두드리는 존 윌리엄스의 테마 음악이 흐른다. 행성사이를 가로지르는 카메라는 영화를 만들어낸 이들의 크레딧을 하나씩 밀어내고 마침내 유일한 생명체가 살고 있는 지구에 포커스를 맞춘다.

슈퍼맨 1편의 오프닝을 그대로 옮겨놓은 [슈퍼맨 리턴즈]는 리차드 도너 감독의 슈퍼맨1, 2편에 대한 오마주를 이렇게 표현한다. [슈퍼맨 리턴즈]의 설정이 2편의 5년 뒤인 것이나 ‘크리스토퍼 리브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는 엔딩 문구도 그리 다르지 않은 이유다. 이는 슈퍼맨의 순수 팬이었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그려내는 향수가 아닌, 슈퍼맨의 정통성을 재정립하겠다는 의도라는 편이 맞겠다. 그렇기 때문인지 영화는 곳곳에서 슈퍼맨의 세계관의 정통성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는 장면이 종종 보인다. [슈퍼맨 리턴즈]는 70년대 영웅을 필요로 했던 그때 그사람들이 느꼈을 그 감성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그러니 <클라크와 로이스>, <스몰빌>에 이르는 슈퍼맨의 곁가지 이야기들과의 연계점은 애당초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2편의 뒷이야기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슈퍼맨 2편은 슈퍼맨이 인간이 되었다가 다시 슈퍼맨의 능력을 얻게 되는 수순을 차근히 밟아간 속편이었다.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 될 것이냐 한 여자의 남편이 될 것이냐는 갈등은 영웅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이기도 했다. [슈퍼맨 리턴즈]에 와서도 이 문제는 계속된다.
그러나 이는 소시민이 영웅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갈등(스파이더맨)이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끊임없이 탐구하려는 시도(배트맨)했던 안티 히어로들의 고뇌와는 다른 지점이다. 그보다는 양손으로 비행기를 올려 잡아 야구장 한 복판에 내려놓고 사람들의 환호를 확인하는 것이고,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 구조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해내는 일을 하는 것이다. 슈퍼맨의 목적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확실한 영웅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크게 보면 [슈퍼맨 리턴즈]는 영웅의 귀환을 알리는 서막이자 오랜 시간 고된 여행길을 거쳐온 이가 고향집에서 자신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런면에서 [슈퍼맨 리턴즈]는 한 인물이 제자리를 찾아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인해 나가는 온전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래서 슈퍼맨은 자신의 이중직업(신문기자, 리스크 구원자)을 재확인하는 과정과 잃어버린 사랑 로이스를 되찾는 일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영화의 갈등은 오직 슈퍼맨이 가진 것을 잃었을 때에 느끼게 되는 박탈감일 뿐이다.

[슈퍼맨 리턴즈]는 메시아적인 모티브도 종종 드러낸다. 완벽한 영웅으로서 슈퍼맨이 해내는 일들은 현실세계의 위험을 해결해주는 메시아의 역할이다. 로이스에게 슈퍼맨에게 “난 사람들의 모든 소리가 들린다”고 말한다. 우주 한 복판까지 올라가 지구를 내려다보고 슈퍼맨은 갑자기 그 속으로 뛰어든다. 위험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이같은 장면이 재차, 삼차 등장하는 것은 슈퍼맨의 구원자적 이미지를 더욱 확고하게 만든다. 이것은 도시가 재난에 빠져 있을 때에 데일리 플래닛사의 지구본을 가볍게 들어올리는 장면과도 연관된다. 지상과 자동차,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지구의 축소판을 들어올리는 것은 지상세계에서 더 이상 대적할 적이 없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모든 설정들의 마지막에는 다시 미국의 가치이자 보편적 가치에 해당하는 가족과 혈연으로 연결된다. 초반에 아버지인 말론 브란도가 들려주는 음성과 마지막에 아버지의 음성을 그대로 로이스의 아들에게 들려주는 일련의 과정은 혈통, 가족에 대한 재확인 과정과 맞닿아 있다. 아버지와 아내, 아들로 이어지는 가족의 형성은 곧 슈퍼맨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재확인이자 귀환의 완성, 그리고 메시아적 모티브의 혈통이 재확인되는 것이다. 강력한 능력자의 재탄생. 그것은 지금 미국이 가장 원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스파이더맨과 엑스맨, 배트맨 등 안티 히어로들이 광풍을 휩쓸고 나간 뒤에 등장한 슈퍼맨은 그래서 우연이라 하기 힘들다. 개인의 정체성 갈등(스파이더맨, 배트맨)과 정치적 다수와 소수의 대결(엑스맨)이었던 히어로들이 잠잠해 지고 미국의 절대지존에 가까운 히어로의 등장은 다시 부흥기를 맞이하고 싶은 미국의 간절한 소망이다. 30년대 공항과 70년대 침체기, 그리고 21세기 미국은 위험에서 지켜줄 존재가 다시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5년전에 다른 곳으로 도망간 영웅이든, 70년대 향수속 히어로이든 별반 중요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건물 잿더미를 통째로 받아줄 구원자가 필요하다. 911 테러 이후 재난과 공포, 개인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이제 다시 경제, 사회적 부흥기를 다시 누리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슈퍼맨 리턴즈]에는 담겨있는 것이다.

덧글

  • 렉스 2006/07/13 14:28 #

    '계승'의 문제에 상당히 천착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심지어 렉스 루터는 자신을 프로메테우스에 비유.
  • 잠본이 2006/07/13 16:13 #

    문제는 현실에서도 미국인들의 그러한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겠군요.
  • 코린 2006/07/13 20:40 #

    평 재밌게 잘봤어요.^^ 저도 몇 주 전에 친구랑 이 영화를 봤는데,, 전 '안티 히어로' 파 인가봐요.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에 푹 빠졌을 때와는 달리 슈퍼맨을 보고는 불쾌함을 느꼈으니까요. 것 땜에 같이 영화보러 갔던 친구와 싸웠죠. -_-;

    어디 구닥다리 고전적 신학 해석을 이 시대에 끼워맞추는지. 게다가 물리적 힘만 쓰는, 위험에 빠지기 직전 상황의 인간들을 기적적으로 구출하는, 가시적인 효과를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슈퍼맨이 어떻게 메시아인지.. 고전적 신학에서 말하는 예수보다 더 어이없었습니다.

    앞으로 슈퍼맨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더군요. 무임금에 '인간이 원하는 범위 내에서' 물리적 구재를 해주는 슈퍼맨이 정말 메시아적인 존재로 부각될지,, 아님,, 인류를 구원하겠다는 마음과 막강한 물리적 힘으로 인간이 원하는 물리적 기적만 쏙쏙해주는 자본주의 사회의 꼭두각시로 계속 그려질지 말이죠. 쩝. -_-;
  • sungdaji 2006/07/14 14:03 #

    잘읽었습니다. 국가주의를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국민들을 신명나게 해줄 무슨무슨 맨 한분 나왔으면 좋겠네요 ㅋ
  • 푸르미 2006/07/14 19:41 #

    렉스 / 프로메테우스에 비교하는 게 참 재미있었어요. 그것도 어찌보면 정통성에 대한 서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잠본이 / 문화라는 게 특히 영화는 현실과 가장 밀접한 문화매체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코린 / 저도 안티 히어로들이 더 정이 가더라고요. 아무래도 구원자적 이미지는 쭈욱 갈 거 같아요. '슈퍼'란 말 자체가 최고를 뜻하니까요. 요즘 잘 지내시나요.^^

    sungdaji / ㅎㅎ 그래서 괴물과 슈퍼맨을 비교하면 참 재밌겠단 생각이 들어요. 괴물, 초월적 존재를 다루는 시각같은 거 말이에요.
  • 잠본이 2006/07/17 11:59 #

    '괴물'은 아무래도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초월적인 '외부의 위협'에 대항하는 가족 이야기가 될 듯하니 어찌보면 슈퍼맨보다는 재난영화에 가깝습니다. 뚜렷한 영웅(혹은 공적인 권위나 정부의 힘)에 의존하기에는 너무나 세상이 각박해서 결국 가족들끼리 의지하며 싸워나가야만 하는 서글픈 한국인이랄까요. T_T
  • 푸르미 2006/07/17 22:52 #

    잠본이 / 음. 그렇군요. 재난영화에 가까운. 너무 기대가 되요. 개봉날 보러가고싶은 영화에요.
  • 2006/09/19 19:2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푸르미 2006/09/23 13:12 #

    비공개 / 와~ 감사합니다. 오 이런 정보를...
  • 2006/10/24 02:0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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