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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는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계절용 영화다, 잔인한 장면 몇 개로 승부한다.” 공포영화들에게는 일종의 누명이 있다. 오직 사람들을 무섭게 만드는 게 온전한 목적인 것처럼 인식된다. 그러나 그게 다일까. 두려움과 잔혹한 것으로만 공포영화를 다 설명할 수 있을까.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의 arborday는 공포영화 속에서 다른 것을 본다. 솔직하고 위선이 없는 게 공포영화의 매력이라 말하는 그는 공포영화 속의 사건들이 가지는 의미와 현실에 주목한다. "단 몇명의 사람으로 사회 전체를 설명해 낼 수도 있어요. 그걸 다른 장르에 비해서 더 직접적으로 표현해내는 것뿐이죠." 온전한 공포영화에 대한 이야기. 질문을 덧붙이다보니 그간 스치고 지나쳤던 공포영화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아마 이 인터뷰 때문이었을 게다. 블로그를 자주 들러보는 편입니다. 일전에 포스트를 봤는데 공포영화를 보면 영화 자체에 감정이입이 되지를 않는다고 하셨는데요. 공포영화가 하나도 무섭지 않으신가요. 기본적으로 저는 그래요. 공포영화 속에서는 사람이 죽는 게 정말 사람이 죽는 것으로 보이지 않아요. 제가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것들이 거짓말이기 때문이거든요. 현실을 가장하는 거짓말이란 거죠. 공포영화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 다른 의미가 되거든요. 예를 들어 사람이 죽었는데, 왕따를 당하다 자살을 했다고 하면 그 사람은 왕따라는 사회적 현상에 반기를 들고 자기의 목숨을 던진 투사와 같은 이미지로 변질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죽음이 상징이 되는 거죠. 또 공포영화 보다 현실이 더 무서우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직장에 취업을 못할까 이런 게 더 무섭죠. 무섭다는 감정적 이입이 전혀 안되죠. 어떨 때에는 그냥 원초적으로 스릴을 즐길 때도 있어요. 일반 영화들이 얌전하잖아요. 싫어도 싫다 표현을 두루뭉술하게 하는 것도 있고요. 공포영화는 솔직하고 과격하고 빠르죠. 그러니까 가식적인 게 없어요. 솔직하고 겉멋이 없고 위선 같은 것을 부수는 것들이 있죠. 그런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공포영화를 볼 때 전 너무 몰입해서 나중에는 꼭 잔상이 남아버리거든요. 그래서 보고 나오면 오싹한 순간들이 종종 있죠. 그저 부럽습니다.(웃음) ![]() 공포영화를 원래 좋아하셨나요? 어릴 때 전설의 고향 같은 것도 좋아했어요. 사실 어렸을 때는 겁이 정말 많았어요. 친구 집에서 이불 속에 들어가 있었던 적이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손이 스윽 들어오는 거예요. 처음에는 이불을 걷어내 버리고 무서워서 울다가, 또 그게 친구 손이란 알고 창피해서 울다가 집으로 도망간 적이 있었죠. 그렇게 겁이 많다가 중학교에 들어가서 공포영화를 좀 많이 보기 시작했어요. 비디오가 막 보급되는 시기이기도 했죠. 그 때는 안 무섭더라고요. 또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다른 애들은 무서워서 못 보는데 나는 공포영화를 잘 본다는, 일종의 왜곡된 자부심 같은 것이죠. 처음에는 그런 게 좋았어요. 중학교 때부터 보셨던 공포영화들은 전혀 무섭지가 않으셨던 건가요. 그래도 가장 무서웠던 영화를 꼽으신다면요. 비디오판 <주온>이요. 제가 볼 때는 비디오로 출시 전 이었어요. 영상을 구해서 봤는데 이게 캠코더로 찍었는지 뭘로 찍었는지 모르는 조악한 화면이었어죠. 가상으로 음분리한 5.1 채널로 모니터 앞에서 혼자 보는데 정말 간만에 무섭더라고요. 그럴 때는 기분이 좋아져요. 나도 아직 겁을 내는 구나, 아직 영화를 보면서도 무서워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해요. 대부분 공포영화를 볼 때는 그런 생각이 나질 않죠. 일본영화 <링>을 보면 사다코가 마지막에 텔레비전에서 기어 나오잖아요. 전 무섭지 않더라고요. 그게 사람이 주위에서 죽었다는 거랑 뉴스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거랑 인식적으로 차이가 있잖아요. 죽었다는 사실이 브라운관을 통해서 한 번 걸러지는 거죠. <링>을 보면 죽었던 여자가 브라운관에서 바깥으로 나오는 장면이 제게는 그 경계가 사라지는 것으로 느껴졌어요. 현실이랑 텔레비전 브라운관의 가상 공간이 섞여버리는 거예요. 현실과 비디오의 연계, 또 비디오라는 제일 가까운 소재에서 오는 공포, 이런 생각이 먼저 드니까 별로 안 무서워요.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긴 하는데요.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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